특검 파동으로 국회가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언론계의 강한 반대에 직면했던 TV수신료 분리징수 법안 처리도 해를 넘길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국회 문광위 전체회의가 한나라당 등원 거부로 무산되면서 오는 9일 마감되는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 그러나 특검법 재의 회부 논란이 마무리돼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면 임시국회를 통한 법안 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한나라당 문광위 간사인 고흥길 의원은 지난달 27일 중앙일보와의 좌담에서 방송법 개정안 의결 전망에 대해 “(특검법 파동으로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어) 현 분위기로는 힘들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소멸되는 건 아니다. 이번 회기가 안되면 내년 2월에 기회가 또 있다. KBS로선 대통령이 본의 아니게 도와준 셈”이라고 언급했다. 고 의원은 또 “12월 31일까지 (KBS가) 한전과 재계약을 해야 한다. 계약 기간이 3년이니 ‘손 안대고 코푼 셈’”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KBS는 이번 정기국회내 법안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 예정대로 이달말 계약이 만료되는 한국전력과의 수신료 위탁징수 재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KBS 재원관리국 한 관계자는 “수신료 문제는 한 고비를 넘겼다고 보고 있다”며 “한전과는 지난 10년간 재계약을 맺어 왔고 현재 법적으로도 문제될 게 없기 때문에 이번 계약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가 한전과 재계약을 맺더라도 방송법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금지하는 단서조항이 신설될 경우에는 어떤 것이 법적으로 우선적인 효력을 갖게 되는지 여부를 놓고 법률적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KBS 재원관리국 한 관계자는 “방송법이 개정되면 개정된 법이 한전과의 계약에 우선하는지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법률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TV수신료 분리징수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각계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7일에는 사회원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 이상희 방문진 이사장, 진관 스님, 서영훈 전 KBS 사장, 강만길 상지대 총장, 한완상 한성대 총장, 한승헌 변호사 등 사회원로 30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할 정치권이 공영방송의 근간인 수신료 제도로 방송을 통제하려는발상을 하고 있다면 이는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과 맞먹는 위험한 시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