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송사들이 수용자 입장에서 프로그램의 질과 공익성을 측정하는 각종 평가지수 개발에 나서면서 실질적인 프로그램 개선과 공익성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방송 프로그램 품질에 대한 수용자 평가지수는 지난 99년부터 시행된 KBS의 PSI(Public Service Index)를 필두로 MBC가 지난 4월 QI(Quality Index)를 마련했고, SBS도 이달 안으로 SMPI(SBS Multidimensional Program evaluation Index) 개발할 예정이다. EBS도 지난해 EPEI(EBS Program Evaluation Index)를 개발, 올해 시범운영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이같이 평가지수 개발에 나서는 것은 시청률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한계에서 벗어나 프로그램의 공익성 정보 재미 완성도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해 궁극적으로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시청자들에게 보다 공익적인 방송을 서비스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99년부터 PSI 조사를 1년에 두차례씩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KBS의 경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개편과 편성 전략을 짜는데 활용하고 있지만 실제 현업 부서에서 느끼는 활용도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KBS 보도국 한 기자는 “PSI 지수가 잘 나오면 공개하고 타사보다 낮게 나오면 내부적으로만 참고하는 게 현실”이라며 “아직도 매일매일 나오는 시청률 분석 자료가 기준이 되고 있다. PSI 지수를 부서와 인사 평가 자료로 활용하는 등 보다 실질적인 활용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MBC의 경우도 지난 4월 QI 지수 개발을 끝마치고 상반기에 한차례 조사를 실시했으나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반기 평가 결과가 나오면 내년 초에 두 개의 결과를 종합해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외부 홍보용으로 그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MBC 보도국 한 기자는 “시청률 잣대를 탈피하겠다며 QI 지수를 개발하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각 방송사들의 평가지수 개발이 자칫 공영성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한 임시방편책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각 방송사들이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경쟁적으로 독자적인 평가지수를 개발했지만 실질적인 활용이 미흡하고 또 조사 결과의 유불리에 따라 공개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점에서 평가지수 개발을 ‘공영성 이미지 확보’라는 자사 홍보용으로만 인식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SBS 노조도 “SMPI 개발이 남이 만드니까 우리도 만드는 수준에서 끝나거나 혹은 대외적인 홍보용 이벤트가 되지 않도록 경영진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각 방송사마다 평가 항목에 큰 차별성이 없는 평가지수를 따로 개발하고, 매번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이며 각각 조사를 벌이는 지금의 관행을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방송위원회 등 객관적인 기관에서 공통된 평가지수를 만들고, 이를 기준으로 각 방송사들의 공익성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프로그램 개선?감시 활동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KBS 한 간부는 “방송위원회 등 규제기관에서 정기적으로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채널 품질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개선 조치를 내리면 방송의 공익성과 프로그램 품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 보도국 한 기자도 “방송사마다 서로 다른 평가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는 상황에서 기준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힘들고 개별 방송사 차원의 평가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며 “방송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이 다같이 참여해 공동으로 시행하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