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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사라진 이웃돕기 성금보도

장용석 기자  2004.02.25 0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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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 신문이나 방송들은 앞을 다투어 한해를 정리하는 각종 시상식과 결산기사

들을 쏟아낸다. 뿐만 아니라 보도매체들은 겨울이라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파생되는 각종 겨울철 사건, 사고 등을 마치 연례행사인양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중 한가지 뉴스가 유난히도 눈에 들어오질 않는데, 이웃돕기 성금이 바로 그것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뉴스 말미에 혹은 신문 한 구석을 장식했던 이웃돕기성금 내역이 요즘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다.

태풍이나 수해가 지나간 후 시작되는 수재민돕기 성금이나 이웃돕기 보도에서 보이는 일부 거대 언론들의 ‘사세 자랑식’ 보도경쟁을 보지 않아 불행 중 다행이지만, ‘xx기업 xxx회장과 임직원 일동이 얼마’, ‘xx학교 교직원과 학생이 얼마’ 하는 식의 보도가 올해는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

왜일까? 정말로 사세가 드러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와 빚더미에 깔린 국민경제, 흉악해지는 범죄기사, 월드컵 4강 이후 맥풀린 축구대표팀 이야기 등 보도해야 할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 일까? 아니면 시트콤 드라마 속의 슬픈 유행어처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40만 명을 육박하는 이때 모두들 불우한 이웃을 돌볼 틈이 없어 모금이 되지 않는 것일까?

IMF시절의 금 모으기나 그간의 모금 때마다 보여준 전국민적 성원을 보면 올해도 액수나 참여인원이 적어서 보도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몸도 마음도 움츠려 드는 추운 겨울 우리의 마음이나마 따뜻하게 만드는 건 이때마다 들려

오는 재벌기업 총수나 유명인사들의 몇억 원, 몇천 만원하는 기부금이 아니고 작지만 이웃에 손을 내미는 고사리 손의 정성이나 한평생 벌어놓은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은 익명의 독지가의 소식이 아닐까?

제목도 사진도 없이 실리는 신문 본문급수의 한 줄자리로 혹은 1~2초간 화면 속 흘러가는 자막으로 처리될지라도 이들을 보도하는 것도 언론사를 믿고 돈과 정성을 보내준 독자들을 위한 작은 배려이자 책임일 것이다.

물론 이웃돕기 모금보도를 하며 잊지 말아야 할 언론의 책임은 일회적인 연례행사로 범국민적인 운동을 가장해 사세자랑이나 하기 이전에 노동자나 노숙자나 저소득층 등 소외 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에 서서 보도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장용석 스포츠투데이 편집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