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보도에서는 ‘서울대 **점 지원가능’ 식의 기사가 사라졌다. 특정대학 특정학과와 수능 점수를 연계해 보도하지 않겠다는 교육부 출입기자들의 ‘대학입시 보도강령’이 잘 지켜진 셈이다. 다만 158개 전문대학에 대해서는 대학의 특화를 꾀하고, 정보제공 차원에서 대학별 지원가능 점수대를 표기하기로 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대학서열화를 부추기지 않겠다는 입시보도 원칙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언론의 신중한 태도가 아쉬운 부분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중 하나가 재수생 관련 보도다. 수능시험 직후 언론은 가채점 결과를 발표하면서 예년처럼 재학생의 성적이 떨어진 반면 재수생이 강세를 보였다는 보도를 되풀이했다. ‘올해도 ‘재수 신드롬', 매년 뚜렷한 강세...재학생 하락폭 커 충격’ ‘수능가채점 결과-재수생 ?미소? 고3생 ?울상?’ ‘다시 증명된 재수생 불패론’ 등이다. ‘고교 4학년’이란 용어도 거부감 없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입시와 관련된 보도에 민감한 수험생들에게 재수에 대한 근거없는 기대를 심어줄 만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보도는 ‘사실 왜곡’이란 우려도 낳는다. 한 대학생이 문화일보 기고에서 밝힌 “재학생은 전원이 의무적으로 가채점 결과를 제출하지만 재수생들은 시험을 망친 경우 결과를 제출하지 않아 재수생의 가채점 결과는 실제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교육부 한 출입기자도 “실업고에서 특목고까지 성적차가 큰 재학생에 비해 재수생의 경우 비교적 공부를 잘 했던 학생들이기 때문에 성적이 높다”며 “‘재수생 강세’는 이미 다 아는 얘기를 굳이 기사로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1년간 투자비용 대비 재수생 성적 향상폭을 비교하면 재수가 성적향상에 도움되는지는 분명치 않다는 점을 언론이 간과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학서열화에 대한 주의뿐만 아니라 재수 관련 보도 역시 기자들의 세심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