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가 정쟁의 당사자가 된 변신이 가장 큰 문제다. 언제부턴가 신문과 방송사는 회사마다 이념성향을 드러내는 깃발을 하나씩 내 걸었다.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으로부터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이르는 언론사의 깃발들은 북한관계나 대미관계, 노사문제, 환경문제 등 모든 사회적 쟁점을 저널리즘의 시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해하고 세력을 모으는 도구로 자리잡았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나름대로의 색안경으로 세상을 보려했고, 독자들 또한 신문과 방송사의 색깔을 감안해 기사를 읽고 뉴스를 시청하게 됐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며 우리사회는 계량할 수 없는 대가를 치루고 있다. 이는 바로 사실 (fact)의 상실이고 진실(truth)의 실종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모든 사실이 상대화 돼 버렸다. 파병논자에게는 보내야하는 사실만 보이고, 반대론자에게는 보내면 안되는 사실만 보인다. 부안 사태, 북한산 도로 문제도 모두 이러한 상황의 산물이다. 급기야는 수능시험의 정답에 대해서도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는 국면까지 왔다. 이쯤 되면 토론과 설득을 통한 사회통합은 불가능하다. 이견은 갈등과 분열로 폭발하게 되고, 남북과 동서로 갈라진 사회는 노사와 남녀, 3번파와 5번파로 더 잘게 쪼개질 수밖에 없다.
나는 이러한 사태가 일차적으로 기자와 언론의 책임이라고 믿는다. 물론 정치인 책임도 크다. 그러나 그들은 당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기자는 국민 알권리의 파수꾼을 자임한다. 사실에서 당파적 포장을 벗겨야하는 사람이 기자인데 앞장서 사실을 염색하는 현상이 문제라는 의미다. 이러한 정파저널리즘 시대가 계속되면 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는 기자는 더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사실을 전하는 저널리즘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 언론이 초라해 보이는 것은 이러한 근본적 위기에 빠져있으면서도 우물안 개구리식 경쟁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에도 재벌집중과 상업주의의 기승 등 문제는 많다. 그러나 적어도 몇몇 주요 언론사는 언론기능의 기본인 취재력 강화에 자원투입을 아끼지 않는다. 뉴욕타임스의 편집국 인력은 줄잡아 1200명에 이른다. LA타임스도 1100명이 취재와 편집에 종사한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에 MBC보도국을 합해야 뉴욕타임스 정도의 취재팀이 된다는 의미다.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해외특파원이 100명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30여명, LA타임스도 30명 가까이 된다. 한국언론사의 해외특파원을 모두 합하면 월스트리트저널 한 회사의 특파원 수와 비슷해진다고 보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우물안 개구리끼리 끝날 수 없는 정치투쟁에 빠져있을 시점은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봐 왔다면 하루라도 빨리 저널리즘의 기본을 되찾아야겠다. 세계적 언론사들은 4~5배의 인력을 운용하면서도 철저하게 사실중심주의를 추구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들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언론사가 적어도 한 두 개는 있었으면 좋겠다.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지난 1년 밖에서 들여다 본 한국언론의 모습은 초라하다.
메신저가 정쟁의 당사자가 된 변신이 가장 큰 문제다. 언제부턴가 신문과 방송사는 회사마다 이념성향을 드러내는 깃발을 하나씩 내 걸었다.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으로부터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이르는 언론사의 깃발들은 북한관계나 대미관계, 노사문제, 환경문제 등 모든 사회적 쟁점을 저널리즘의 시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해하고 세력을 모으는 도구로 자리잡았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나름대로의 색안경으로 세상을 보려했고, 독자들 또한 신문과 방송사의 색깔을 감안해 기사를 읽고 뉴스를 시청하게 됐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며 우리사회는 계량할 수 없는 대가를 치루고 있다. 이는 바로 사실 (fact)의 상실이고 진실(truth)의 실종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모든 사실이 상대화 돼 버렸다. 파병논자에게는 보내야하는 사실만 보이고, 반대론자에게는 보내면 안되는 사실만 보인다. 부안 사태, 북한산 도로 문제도 모두 이러한 상황의 산물이다. 급기야는 수능시험의 정답에 대해서도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는 국면까지 왔다. 이쯤 되면 토론과 설득을 통한 사회통합은 불가능하다. 이견은 갈등과 분열로 폭발하게 되고, 남북과 동서로 갈라진 사회는 노사와 남녀, 3번파와 5번파로 더 잘게 쪼개질 수밖에 없다.
나는 이러한 사태가 일차적으로 기자와 언론의 책임이라고 믿는다. 물론 정치인 책임도 크다. 그러나 그들은 당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기자는 국민 알권리의 파수꾼을 자임한다. 사실에서 당파적 포장을벗겨야하는 사람이 기자인데 앞장서 사실을 염색하는 현상이 문제라는 의미다. 이러한 정파저널리즘 시대가 계속되면 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는 기자는 더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사실을 전하는 저널리즘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 언론이 초라해 보이는 것은 이러한 근본적 위기에 빠져있으면서도 우물안 개구리식 경쟁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에도 재벌집중과 상업주의의 기승 등 문제는 많다. 그러나 적어도 몇몇 주요 언론사는 언론기능의 기본인 취재력 강화에 자원투입을 아끼지 않는다. 뉴욕타임스의 편집국 인력은 줄잡아 1200명에 이른다. LA타임스도 1100명이 취재와 편집에 종사한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에 MBC 보도국을 합해야 뉴욕타임스 정도의 취재팀이 된다는 의미다.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해외특파원이 100명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30여명, LA타임스도 30명 가까이 된다. 한국언론사의 해외특파원을 모두 합하면 월스트리트저널 한 회사의 특파원 수와 비슷해진다고 보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우물안 개구리끼리 끝날 수 없는 정치투쟁에 빠져있을 시점은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봐 왔다면 하루라도 빨리 저널리즘의 기본을 되찾아야겠다. 세계적 언론사들은 4~5배의 인력을 운용하면서도 철저하게 사실중심주의를 추구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들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언론사가 적어도 한 두 개는 있었으면 좋겠다.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지난 1년 밖에서 들여다 본 한국언론의 모습은 초라하다.
메신저가 정쟁의 당사자가 된 변신이 가장 큰 문제다. 언제부턴가 신문과 방송사는 회사마다 이념성향을 드러내는 깃발을 하나씩 내 걸었다.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으로부터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이르는 언론사의 깃발들은 북한관계나 대미관계, 노사문제, 환경문제 등 모든 사회적 쟁점을 저널리즘의 시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해하고 세력을 모으는 도구로 자리잡았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나름대로의 색안경으로 세상을 보려했고, 독자들 또한 신문과 방송사의 색깔을 감안해 기사를 읽고 뉴스를 시청하게 됐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며 우리사회는 계량할 수 없는 대가를 치루고 있다. 이는 바로 사실 (fact)의 상실이고 진실(truth)의 실종이다. 오늘날한국사회는 모든 사실이 상대화 돼 버렸다. 파병논자에게는 보내야하는 사실만 보이고, 반대론자에게는 보내면 안되는 사실만 보인다. 부안 사태, 북한산 도로 문제도 모두 이러한 상황의 산물이다. 급기야는 수능시험의 정답에 대해서도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는 국면까지 왔다. 이쯤 되면 토론과 설득을 통한 사회통합은 불가능하다. 이견은 갈등과 분열로 폭발하게 되고, 남북과 동서로 갈라진 사회는 노사와 남녀, 3번파와 5번파로 더 잘게 쪼개질 수밖에 없다.
나는 이러한 사태가 일차적으로 기자와 언론의 책임이라고 믿는다. 물론 정치인 책임도 크다. 그러나 그들은 당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기자는 국민 알권리의 파수꾼을 자임한다. 사실에서 당파적 포장을 벗겨야하는 사람이 기자인데 앞장서 사실을 염색하는 현상이 문제라는 의미다. 이러한 정파저널리즘 시대가 계속되면 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는 기자는 더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사실을 전하는 저널리즘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 언론이 초라해 보이는 것은 이러한 근본적 위기에 빠져있으면서도 우물안 개구리식 경쟁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에도 재벌집중과 상업주의의 기승 등 문제는 많다. 그러나 적어도 몇몇 주요 언론사는 언론기능의 기본인 취재력 강화에 자원투입을 아끼지 않는다. 뉴욕타임스의 편집국 인력은 줄잡아 1200명에 이른다. LA타임스도 1100명이 취재와 편집에 종사한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에 MBC 보도국을 합해야 뉴욕타임스 정도의 취재팀이 된다는 의미다.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해외특파원이 100명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30여명, LA타임스도 30명 가까이 된다. 한국언론사의 해외특파원을 모두 합하면 월스트리트저널 한 회사의 특파원 수와 비슷해진다고 보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우물안 개구리끼리 끝날 수 없는 정치투쟁에 빠져있을 시점은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봐 왔다면 하루라도 빨리 저널리즘의 기본을 되찾아야겠다. 세계적 언론사들은 4~5배의 인력을 운용하면서도 철저하게 사실중심주의를 추구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들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언론사가 적어도 한 두 개는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