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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도 재계 입장 일방 대변"

광고 의존, 전문기자 부족 등 원인

조규장 기자  2004.02.25 0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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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경제보도가 일방적으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편향적인 논조와 지면할애의 불균형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8일 ‘뒤틀린 경제보도 실상과 언론감시’ 토론회에서 언론의 경제관련 보도들이 경제정책을 왜곡하고 잘못된 경제관념을 국민에게 심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제를 맡은 조준상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국내 노동시장 유연성을 과장해 경제문제 왜곡 △경제위기를 노동조합에 전가하는 경향 △입맛에 맞는 외국인 입을 빌리는 ‘따옴표 저널리즘’ △토지공개념을 사회주의로 몰아세우는 논리 △엘지카드 부도위기를 신용불량자 구제대책 탓으로 돌리는 편향성 △삼성그룹에 대한 생색내기식 보도 등을 최근 경제보도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조 국장은 “한국에서 신자유주의는 대단히 선택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며 “언론사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선에서 신자유주의의 내용을 차별적으로 차용한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허준 서울대 경제학 박사는 “언론개혁운동에서 정치적 이슈에 대한 문제제기는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재벌의 지배권을 옹호하는 경제신문들과 수구언론의 경제보도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보수언론의 경제관련 보도는 정치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정성이 약하고 일상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수용되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정책이 좌초된 것도 결국 이들 언론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허 박사는 “노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사회주의’ 운운하며 인수위의 재벌정책을 무력화시키는 사설과 기사들을 내보내고 출자총액제한 등을 반대해 왔다”며 “최근 경제 불안을 이유로 대기업 정치자금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언론의 관행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언론의 광고에 대한 의존도, 전문기자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들도 이같은 경제보도의 불공정성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곽정수 한겨레신문 대기업전문기자는 △일선기자와 편집자의 시장만능주의적 가치관 △출입처에 매몰되는 취재관행 △전문기자 양성에 무관심한 언론사 구조 △대기업 광고에 크게 의존하는 수입구조 등 친기업적인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사 시스템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곽 기자는 “기자들의 의식 전환이 우선적으로요구된다”며 “신문사 내부의 감시나 견제구조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경제관련 기사는 그동안 비판의 무풍지대에 자리해 왔고, 광고인지 기사인지 분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또 경제정책을 오도해 국민의 그릇된 경제관념을 조장해 왔다”며 “IMF의 경우 재벌개혁 부실이 금융의 부실로 이어져 발생한 사태인데도 언론은 부실 경영을 전혀 다루지 않았었고 아직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농업이나 노동 등의 분야에 지속적으로 출입하는 전문기자들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강민수 전국농민연대 사무국장은 “농업전문기자가 없어 종합적인 시각에서 체계적으로 보도하기가 힘든 실정”이라며 “FTA의 경우에서 보듯 재계 입장만 비중 있게 보도하는 지면 할애의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규장 기자 natasha@journal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