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정치평론은 성명서나 정파의 주의주장과 다를 게 없다. 언론의 질을 저하시키는 천민주의적 비판에 경종을 울리고 정치평론의 질을 높여야 한다.”
언론의 정치칼럼, 시사논평, 사설 등을 연구?비평하는 한국정치평론연구회가 지난 4일 창립했다.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김재홍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언론의 정치평론이 공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비판?감시해 정치평론과 언론의 질을 높이고, 정치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한국정치평론연구회는 정치학자들을 중심으로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대표 등 7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직 언론인으로는 김진국 중앙일보 논설위원, 조상기?김종구 한겨레 논설위원, 이병규 한국일보 논설위원, 송영승 경향신문 편집부국장, 김광원 문화일보 논설위원 등이 눈에 띈다.
-창립 취지는.
“우리 언론의 정치칼럼과 시평을 보면 당파성과 세력화에 치우쳐 공정성을 상실한 평론이 많다. 따라서 이에 대한 비평과 감시 활동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정하고 효과적인 정치평론 확산에 기여하고 공동체에 유해한 정치평론을 비판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우리 언론의 정치평론이 갖는 문제점은.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편향돼 있다. 언론사별로 논조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또 인정해야 하지만 입장과 이념의 차이를 차지하더라도 논리적 근거와 지적 수준을 갖추지 못한 정치평론이 난무하고 있다. 근거없이 비판만 하는 천민비판주의는 우리 언론의 질을 저하시킨다. 정치평론의 위기다.”
-그렇다면 정치평론이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정치평론은 공동체의 형성과 토론 활성화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비판전략과 매개전략이 있다. 비판전략이 어떤 이슈를 비판함으로써 공론화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라면 매개전략은 가치중립적 입장에서 사건과 정치현장을 독자와 국민에게 연결함으로써 여론화의 계기를 만든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이 두가지 공론화 전략에서 모두 벗어나 있다. 오히려 자기들의 이념과 철학에 따라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규합하고 세력화하는 시평과 칼럼이 판치고 있다. 정치평론연구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상호 비판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올바른 정치평론의 확산에 기여할 생각이다.”
-외부 기고에 의한 평론과 언론사 내부칼럼?사설을 구분해서 볼 필요는 없나.
“내부 칼럼의 경우 해당 언론사의 사시와 방침에 더 얽매여 있다고 봐야 한다. 사설과 칼럼은 달라야 하는데 별반 차이가 없지 않은가. 사시, 사주와 경영진의 제작방침, 편집국 간부들의 지침 등에 얽매여 논설위원 개인의 의견과 철학, 창의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부 필진의 정치평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사 입맛에 맞게 골라서 싣고 있지 않나. 결국 우리 정치평론은 편향성과 당파성, 세력화와 같은 폐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정치평론 관련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연구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또 계간으로 정치평론비평지를 발간하고 인터넷사이트도 운영하려고 한다. 신문과 방송, 일부 잡지를 대상으로 건전하고 영향력있는 정치평론을 선정하는 한국정치평론상도 제정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