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광고수입이 크게 감소한 올해, 연말 결산작업을 하고 있는 각 언론사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사가 적게는 수십 억원에서 많게는 수백 억원대까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언론사들은 이미 내년 임금을 동결 내지 삭감하거나 많아야 2~3% 인상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하는 등 초 긴축재정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명예퇴직 바람 등 구조조정 움직임까지 가시화 되면서 내부 구성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는 반응이다.
지난 4일 조선일보는 차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을 대상으로 ‘우대퇴직 내규(안)’를 회람시켰다. 직제상 기구가 폐지되거나 업무가 소멸 아웃소싱 될 때, 인사적체 등으로 직급에 상응하는 보직이 없거나 승진지체로 담당할 직무가 크게 축소돼 계속 근무가 심히 부적절 하다고 회사가 판단하는 때, 우대퇴직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내규(안) 6조는 이에 해당할 경우 △차상위 간부사원이 우대퇴직을 당사자에게 권유해야 하고 △이 권유를 2회 이상 해도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우대퇴직을 시킬 수 있다고 규정, 사실상 강제 퇴직을 명문화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곧바로 노보를 내고 “회사측의 판단으로 사실상강제해고를 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한 것으로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문제가 확산되자 방상훈 사장은 노조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기근속자에게 우대퇴직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었지 강요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내규(안)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된 6조를 일부 수정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 때 얼어붙었던 조선일보 분위기는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40대 초반의 한 편집국 차장은 “무더기로 기자들을 뽑아 인사적체가 심한 기수에서는 여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언론사 가운데 가장 경영실적이 좋은 조선일보의 이같은 움직임은 무엇보다 다른 언론사에 미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신문사 중견기자는 “올해 적자폭이 수백 억 원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내년에는 초 긴축재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아직 회사에서 구조조정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었는데, 조선일보에서 먼저 우대퇴직 얘기가 나오니까 불똥이 튀는게 아니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200~3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또 다른 신문사 편집국 간부는 최근 한 언론계 인사에게 “차장급 이상 20~30명을 명퇴 시키라는 지시가 나에게 떨어졌다”며 “내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가”라고 고민을 털어놨다고 한다. 이 언론사는 아직 공식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는 않으나 내년 초 정기인사에서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편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으로부터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는 한국일보는 내년도 인건비를 10%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퇴직자 등 자연감소분을 포함해 내년 중에 기자조판제를 도입, 전산인력 수십 명에 대한 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회사 조직상 간부 비율이 높아 구조조정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으나 구체적인 규모와 방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외에 한겨레가 이 달 초부터 내년 2월말까지 3개월간 고호봉자 희망퇴직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상자는 52호봉 이상으로 대략 70~80여명 수준. 또 헤럴드미디어가 사옥 매각과 함께 윤전 인쇄부문을 구조조정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노조가 반대하는 등 언론계는 이래저래 뒤숭숭한 연말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