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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전문성 제고 노력 부족

'바람직한 언론인상' 논란만 무성…부서경력 • 출신지역이 승진 좌우

조규장 기자  2004.0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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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언론인상에 대한 논란은 많은 반면 이를 위해 시급히 요구되는 전문성 제고 노력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사회 언론인의 집단적 정체성, 그 충원방식과 직업적 경로'를 주제로 지난 12일 열린 한국언론학회 언론학 포럼에서는 "언론인의 전문성, 직업 만족도, 직업 이동, 승진 과정 등 전반적인 언론환경이 언론인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설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됐다.

▲언론인의 전문성= '한국 언론전문직주의를 말한다, 분열과 충돌' 발제를 맡은 윤영철 연세대 신방과 교수는 현재 언론 전문성과 관련한 주요 쟁점을 △객관저널리즘과 주창저널리즘 사이의 갈등 △약자의 입장을 주로 대변해 온 온라인매체의 확산에 따른 오프라인매체의 '약자변론' 가치 증대 △북한 관련 보도의 경우 화해분위기를 깨뜨려서는 안된다는 보도준칙 등으로 요약했다. 윤 교수는 "객관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객관보도의 규칙을 무시한 채 약자변론에만 열을 올리는 정파적 보도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며 "객관성의 가능 여부를 떠나 객관적 사실들을 공정하고 종합적으로 다루려는 노력 자체가 좋은 뉴스의 으뜸가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재영 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보도에서 의견과 사실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식을 언론사와 기자들이 확고히 갖는 게 우선 중요하고 이 부분에 대해 학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직에 대한 만족도= 언론직을 둘러싼 예비언론인들의 경쟁과 선망은 높아지는 반면 언론인들의 직업적 만족도는 2003년 현재 56.3%로 과거에 비해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언론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언론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전문성을 계발할 기회, 자율성, 직업의 안정성 등인 반면에 만족도는 자율성, 국가?사회에 대한 기여, 승진 가능성 순으로 나타났다.

언론인들의 직업적 만족도를 조사한 김세은 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직업만족도 조사가 효율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언론인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적 소명의식과 규범적 이상이 현실적 조건 속에서 충돌하는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도록 기획?실시돼야 한다"며 "특히 각 언론사가 자사 언론인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직접 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인의 직업경로= 언론분야의 노동시장이 일반적인노동시장에 비해 폐쇄적인 구조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영호 부산대 신방과 교수, 김은미 연세대 신방과 교수 등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소재 19개 일간지의 경력기자 채용은 7%로 이 중 다수가 미술, 사진 등의 영역에 국한된 것으로 조사됐다. 장명수 한국일보 이사는 △공채 기자들의 동시 승진으로 인한 경쟁 저해 △타사에서 건너 온 경력기자들이 소외되는 분위기 △진실보도와 조직논조가 부딪힐 때 진실보도를 하지 못하는 기자들이 대부분 수습공채 출신이라는 점 등을 들어 언론사들의 일괄적인 공채 시스템을 지적했다.

한편 중앙지의 경우 출신 대학이나 첫 경력부서에 따라 승진의 가능성이 좌우되는 반면 지방지에서는 출신지역이나 학교와 같은 전통적인 네트워크가 승진의 주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언론인의 직업경로에 관한 연구, 편집국과 보도국의 구조분석'을 발제한 장하용 동국대 신방과 교수는 "중앙 일간지의 경우에는 경제부 경력이, 지방 일간지의 경우에는 사회부 경력이 많을수록 간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승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차장이나 부장까지의 승진은 거의 연공서열에 따르지만 그 이상의 간부로 승진하는 과정에서는 사회적 관계, 사장과의 커넥션 등이 크게 좌우하는 것으로 본다"며 "한국 언론의 전문성은 진급 단계가 높아질수록 탈전문화 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규장 기자 natash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