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지난 6월부터 12월 3일까지 6개월 동안 방송된 KBS와 MBC의 토론프로그램 패널 구성을 분석한 결과, 여성 패널의 비율은 현저하게 낮고 특정 직업의 편중과 중복 출연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분석 대상이 된 KBS ‘심야토론’과 ‘100인토론’, MBC ‘100분토론’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 4개 프로그램의 여성 패널수를 조사한 결과 총 136회 방송의 418명 패널 가운데 여성 패널은 24명으로 5.7%에 그쳤다.
특히 KBS ‘심야토론’은 이 기간 총 25회 방송 가운데 1회, 140명의 패널 중 단 1명(0.7%)의 여성 패널을 출연시켜 가장 심각한 ‘남성독점’ 경향을 드러냈다. MBC ‘100분토론’은 25회 방송 가운데 4회, 127명의 패널 중 7명(5.5%)이 여성이었고, KBS ‘100인토론’은 27회 방송 중 8회, 91명 중 12명(12.3%)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여성 패널들은 또 주요 정책결정 분야보다는 연성 주제를 다룰 때 출연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MBC ‘100분토론’의 경우 교육과 정치분야에 각 2회씩 출연했고, KBS ‘100인토론’에서는 혼전동거, 원정출산, 이민열풍 등의 주제에 집중됐다. KBS ‘심야토론’은 이라크 파병 문제와 관련 송영선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소장을 출연시킨 것이 전부였다.
패널 선정에 있어서 직업 편중과 중복 출연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9월 1일부터 12월 7일까지 3개월 동안 KBS ‘심야토론’과 ‘100인토론’, MBC ‘100분토론’ 등 3개 프로그램에 출연한 181명의 패널을 직업별로 분류한 결과, 국회의원이 80명으로 44.2%를 차지해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교수 28명(15.5%),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22명(12.2%), 정부관계자 14명(7.7%), 변호사 10명(5.5%) 순이었다.
또 같은 기간 3개 토론프로그램의 정치문제 관련 토론에서는 각 정당을 대표하는 정치인 10여명이 3~4번 이상 반복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홍준표?박주선 의원은 MBC ‘100분토론’에, 정진석?심재권 의원은 KBS ‘심야토론’에 3회씩 나오는 등 중복 출연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민언련은 “사회 곳곳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여성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중파방송 토론프로그램이 아직도 남성중심적인 논의 구조로 여성을 배제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남성중심적 패널 구성을 탈피하고 여성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정치분야 토론이 많았던 만큼 정치인의 출연 회수가 많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다른 출연자에 비해 3~4배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정치적 쟁점이라 하더라도 시민사회와 유권자의 목소리 등 다양한 의견이 골고루 배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