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이 급팽창하면서 ‘제 2의 중국’으로 불릴 만큼 거대 소비시장으로 뜨고 있다는 그래서 전세계 기업들이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인도경제를 현지에서 본 그대로 들은 그대로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현장에서 본 인도는 활력과 자신감이 넘쳤다.
북인도에서 남인도까지 상가, 백화점, 재래시장에는 쇼핑객들로 넘쳐났고 야시장은 흥청거렸다. 인도 최대 상업도시인 뭄바이에서만 20여개의 쇼핑몰이 신축중이었고 델리 외곽의 신흥경제중심인 굴가온에 새로 들어선 쇼핑몰은 저녁 늦게까지 휘황찬란한 네온사온을 밝히며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공동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도 방갈로르 IT집적단지에 위치한 인포시스 위프로 등 인도 IT기업들의 모습에서 IT소프트웨어 서비스산업의 세계공장으로 부상한 인도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었다.
취재차 방문한 자동차, IT?BT기업, 은행 직원들은 물론 길거리에서 만난 대다수 인도사람들도 인도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소비시장 확대를 의심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6%대의 성장을 지속하면서 중산층 저변이 확대되고 실질구매력도 커졌기 때문이었다. 인도라는 비행기가 아직 도약(take off)단계는 아니지만 활주로를 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만큼 인도의 잠재력은 커보였다.
그러나 인도에 머무는 동안 찜찜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몇몇 기억은 귀국후에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태어나 평생을 길거리에서 살다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스러져가는 극빈층이 수억명이라는 이야기가 전혀 허언으로 들리지 않을 만큼 빈민으로 들끓는 곳이 인도다. 델리 뭄바이 첸나이 방갈로르 하이데라바드 등 내로라하는 인도의 대표도시들도 예외가 아니다. 디젤 매연 자욱한 차도 바로 옆에서 널부러져 잠들어 있는 걸인들의 모습을 실제로 보면 충격적이다. 때국물이 줄줄 흐르는 아이를 안고 애처롭게 도움을 청하는 걸인 여인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인도지배계층에 대한 분노마저 일으킨다.
그러나 대다수 인도인들은 이같은 비참한 모습에 무관심해 보인다. 빈민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법적으로 폐지됐지만 신분제도인 카스트가 삶의 곳곳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IT강국 인도의 또다른 모습이다. 여기에는 윤회사상에 근간을 둔 카스트라는 숙명적인 올가미속에극빈층이 체념속에 살도록 만들어 지배층에 대한 불만을 무마하고 정치권력의 힘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지난 91년 시작된 인도정부의 개혁?개방정책도 극빈층 구제 등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중국과의 경쟁 때문이었다는 말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국경분쟁까지 일으킬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중국이 지난 79년 개혁개방정책으로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자 이에 충격을 받은 인도정부가 개혁개방 정책에 나섰다는 것이 인도주재 한국인들이 들려준 이야기다. 평생 거리에서 구걸하다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태어나 ‘길거리 아이’들의 희망 없는 풀어진 눈망울이 자꾸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