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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바람직한 권언관계을 위해

우리의 주장  2004.0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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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 해체와 브리핑제 도입을 골자로 한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 도입된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지만 언론계 안팎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이제 곧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무엇인가 마무리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정부와 언론의 입장에서 본다면 스스로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평가를 냉정하게 되짚어 보고 진실로 닫힌 마음을 열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참여 정부의 한해는 그야말로 '언론과 전쟁'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긴박하게 흘러갔다.

당선 전부터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며 대립 각을 세우는 동안 국민 여론은 사분오열로 흩어졌고, 계층간 반목과 갈등은 갈수록 깊어졌다. 청와대와 언론이 날카롭게 맞서는 동안 국민들은 자기 목소리만 높일 뿐 상대방 의견을 전혀 경청하지 않으려는 현상이 팽배해졌다.

적지 않은 언론계 인사들이 참여 정부가 브리핑제와 같은 언론정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언론계 내부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밀어 붙이기식'으로 강행한 점 등을 아쉬웠던 일로 꼽고 있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정부 부처 기자단을 해체하고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전환했지만 기존의 출입기자가 등록기자로 무늬만 바뀌었을 뿐이고, 기자실을 독서실풍으로 개조해 분위기만 삭막해졌다는 후문인 것이다.

정부와 언론의 갈등은 취재관행을 바꾸려는 시도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정부는 가판 구독 중단, 기자단 해체, 브리핑제,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금지, 오보에 대한 강력한 대응 등으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 갔다.

하지만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 어떤 일이든 지 작용과 반작용이 있기 마련. 정작 새로운 언론 정책의 성패 여부가 달린 정례 브리핑은 제한된 시간과 불성실한 내용으로 인해 기자들의 불만의 대상으로 밀려났고, 심지어 '봉숭아 학당'이란 자조섞인 비난이 쏟아졌다. 또 일부 외교 안보 분야 장관은 의도적으로 언론 브리핑을 기피해 참여 정부의 언론정책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새로운 질서에 직면한 언론의 비상식적인 대응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부 언론의 감정섞인 대응 역시 바람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신문은 이른바 권력과 언론의 허니문 기간조차 생략한 채 무차별 공세를 퍼부었다. 인수위원회 직원들의 과거 경력을 들춰내면서 '색깔론' 시비를거는가하면 대통령의 발언을 하나 하나 문제삼았고,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했다.

거기다 지난해에는 `자전거일보', `비데일보'라는 오명을 낳은 신문시장의 경품 전쟁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우려 또한 높다. 조선ㆍ동아ㆍ중앙의 평균 무가지 비율이 유료신문의 30%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구조적 병폐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취재 현장의 기자 역시 스스로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자기계발 노력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시민사회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

2003년은 이제 다시는 오지 않는다.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권력과 언론이 불필요한 논쟁과 대립을 접고 국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성숙한 관계로 거듭 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