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만나기로 약속했던 날보다 이틀 일찍 만났다. 19일께 전라도에 눈이 많이 왔기 때문이다. 약속대로 22일 인터뷰를 끝내고 전라도로 내려가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눈을 제대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인터뷰 날짜 조정을 부탁해왔다.
20일 오전 광화문 근처에서 만난 최미선 신석규 부부는 등산화에 등산복 차림이었다. 지난 7, 8월 10년 가까이 다니던 언론사를 나란히 그만두고 여행길에 오른지 석 달째. 지난 9월 20일 결혼식을 올리고 21일 신혼여행을 시작으로 “3일 이상 집에 머물지 말자”는 서로의 약속을 지켜온 셈이다.
부인 최미선씨는 95년 동아일보에 입사, 여성동아 여행레저 담당 기자였고, 남편 신석교씨는 96년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로 언론계 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초부터 알고 지내던 이들이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한 것은 올초. 남편의 프로포즈는 “함께 돌아다니면서 글쓰고 사진찍고 살자”는 것이었다. 월간지 마감 후 종종 밤길을 달려 경포대 새벽바다에서 커피를 즐기고, 사주를 보면 ‘역마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최 전 기자에겐 그럴 듯한 얘기였다.
신 전 기자 역시 한양대 공대 졸업 후 서울예전 사진과를 다니던 시절 꿈이 “자리잡으면 짚차에 개를 싣고 떠돌아다니는 것”이었단다. 기자생활 7년여만에 그 꿈이 그리워졌고 둘은 의기투합했다.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 그들에게 신문사 한 선배는 “교촌치킨이 잘 된다고 하니 어려워지면 생각해보라”는 조언도 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생라면을 먹더라도 다니는 게 좋다는 그들을 말리지는 못했다. “몇 년 후에도 같은 일을 하는 게 내가 원하는 모습일까란 생각을 했어요. 직장을 그만두는 게 큰 부담이었지만 믿는 구석은 (부인과) 함께 한다는 것이죠.” 신씨 얘기에 부인도 “혼자라면 쉽게 결정 못했을 거예요. 다니면서 너무 좋아서 가끔 마주 보고 하이파이브를 해요”라고 맞장구쳤다.
<내 청춘 다바쳐 죽도록 놀아보는 여행(중앙 M&B)>은 이들 부부의 첫 작품이다. 결혼식 직후 시베리아 횡단 여행을 계획했던 그들은 출판사에서 여행서 발간을 제의하는 바람에 발목이 잡혔다. 덕분에 지난 석 달 동안 여관을 집 삼아 여행지 25곳을 쉴새없이다녔다.
최씨는 “여행작가보다는 여행플래너가 되고 싶어요. 여행사 입장이 아니라 여행자 입장에서 어디서 뭘 먹고, 뭘 보고, 비용은 얼마인지 등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거죠. 또 단순히 눈으로 보는 여행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는 여행을 소개하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애초부터 책을 쓰는 게 목적은 아니었다. 신씨는 “생각보다 빨리 출판사, 신문사에서 일을 제안해 다행이지만 훌륭한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다. 떠돌아다니면서 배우고 느끼고 싶다”고 한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평생 남미, 아프리카 등 덜 알려진 지구촌 곳곳을 돌면서 아내는 글로, 남편은 사진으로 남기겠다는 그들.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여유있는 아침을 되찾았다”는 게 제일 좋다는 그들은 곧 젊은 시절 남편의 꿈대로 짐칸이 큰 신형 짚차를 사서 개를 태우고 자연 속을 다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