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DTV 해결책 못 찾고 끝내 충돌하나

조규장 기자  2004.02.25 00:00:00

기사프린트

해외실태조사 성과없이 입장차 확인만

비교시험 등 조율 못하고 갈등만 커져











광역시의 디지털방송 전환을 앞두고 전송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극한 대립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통부와 방송위가 공동으로 실시한 DTV 관련 해외실태조사의 경우 단일 보고서 채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조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 계획됐던 보고서 초안도 상호 갈등 속에 성과 없이 마무리됐고, 귀국시 예정됐던 공동 발표문도 취소됐다. 방송위와 정통부는 현재 공동 보고서 작성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상이한 입장차만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예정대로 올해 안에 보고서가 나올 수 있는지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설령 보고서가 나온다 하더라도 현재의 논란을 해결하는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미국식과 유럽식을 지지하던 관계자들은 해외실태조사 이전과 동일한 입장과 주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광역시 디지털방송 개시 기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해외실태조사를 통해 정통부는 시간 끌기라는 목적을 달성했고 방송위는 책임회피라는 비판을 벗어났을 뿐 해외실태조사의 애초 취지는 실종된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해외실태조사에 참여했던 한 방송사 기자는 “비교시험 장비나 지역을 양측이 사전에 준비한대로만 고집해 사사건건 입장차를 보이고 다투기만 할뿐 제대로 된 논의 과정은 없었다”며 “시험과정 중 전기강도 측정이나 위치표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주먹구구식 조사였다”고 지적했다. 동행 취재했던 또 다른 기자도 “DTV 논란은 현재 순수한 기술논쟁의 차원을 넘어 명분 없는 정치싸움이 되고 있다”며 “공동보고서가 제대로 나오기도 힘들뿐더러 보고서가 나온다 해도 어느 한쪽이 승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방송 3사 사장과 정통부 장관은 전송방식 논란에 대한 일부 합의를 이끌어냈으나 정작 시급한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 방송 3사와 정통부 장관은 MBC 비교시험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구를 오는 26일까지 설치하고, TV토론회와 워크숍을 열어 해외실태조사 결과를 조속히 종합한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광역시 전환일정과관련해 방송 3사는 DTV 논쟁이 마무리 될 때까지 일정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통부 장관은 광역시 전환일정을 준수해 줄 것을 요청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KBS 비교시험과 관련해서도 방송 3사는 KBS 비교시험의 조속한 실시를 위해 정통부가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정통부 장관은 “해외실태조사와 MBC 비교시험에 대한 검증이 우선”이라고 말해 의견을 조율하지 못했다.

또 방송사 사장단이 조만간 노성대 방송위원장을 만나 광역시 전환일정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전환일정 연기에 대한 방송위의 권한 여부를 두고 방송위원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고 그간 방송위와 방송사가 서로 결정의 책임을 떠밀어 왔다는 점에서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해외실태조사 보고서작성, MBC 비교시험 재검토, KBS 비교시험 실시 등이 해를 넘길 예정이어서 광역시 전환일정 기한 이전에 DTV 전송방식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종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방송사 노조와 정통부의 극한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규장 기자 natash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