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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 심의 편파성 논란

잇따른 제제조치에 제작진 거센 반발

서정은 기자  2004.0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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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의 보도?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최근 방송위원회의 잇따른 심의제재 조치가 편파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선 제작진들과 언론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방송위의 심의제재가 일부 정치권과 보수언론들의 프로그램 비판 논조와 일정하게 보조를 맞추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적지 않다.

방송위 산하 보도교양제1심의위원회(위원장 남승자)는 지난 17일 MBC ‘휴먼다큐 희로애락’에 대해 “현역 군인의 근무이탈, 군인의 농성?시위행위 등 군형법에 반하는 행위를 여과 없이 방송해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와 MBC PD협회는 “한 이등병의 ‘양심’에 주목해 농성의 전 과정을 절제된 기법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범죄 행위 미화로 볼 수 없다”며 “언론 자유를 수호해야 할 사명을 망각하고 수구신문과 일부 게시판의 의견에 휘둘린 편협한 시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 본부도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최근 방송위 심의제재가 ‘조중동’ 수구신문들의 방송 때리기와 한 묶음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성역과 금기가 사라진 방송 현실에서 ‘실정법’의 잣대로만 출연자의 ‘양심’을 재단하고 제작진을 징계해보겠다는 행태는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도교양제1심의위가 최근 제재 조치를 내린 프로그램들은 모두 일부 정치권과 보수언론으로부터 대대적인 색깔공세와 불공정 보도 지적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보도교양제1심의위는 그동안 송두율 교수 문제를 다룬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에 대해 “시청자에게 오해와 혼란을 줬다”며 ‘권고’ 조치를, KBS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에 대해서는 “김일성 시계를 미화했다”는 이유로 ‘주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또 TV수신료 분리징수 사태를 보도한 KBS 뉴스에 대해서도 공정성과 적절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편향된 잣대’ ‘특정 정당 눈치보기’라는 지적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 심의1부 한 관계자는 “각계 여론, 모니터링, 시청자불만, 심의위원 지적 등이 종합적으로 모아져 심의 재료가 되고 이를 심의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며 “그동안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심의제재가 이뤄졌는데 일부만 갖고 보수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편협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계 일각에서는보도교양제1심의위원회가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띤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이념적으로 편향적인 심의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위 한 심의위원은 “심의위원들의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위원 면면에 따라 심의 내용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위원들의 연령 성별 성향 등이 균형있게 구성되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심의위원은 또 “최근 상정되는 안건들도 우리사회의 해묵은 논쟁과 관련된, 즉 이념적인 내용이나 마이너리티, 소외집단을 다룬 프로그램이 많이 올라오는데 이것도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심의위원 위촉 제도를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개선해 전문성과 다양성, 시청자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방송위원이 보수적이면 심의위원도 보수 일색으로 앉힐 수 있는 지금의 결정 구조는 문제가 있다”며 “시청자들을 대변하고 폭넓은 시각을 균형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절차를 통해 심의위원을 발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위 ‘심의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언론 △교육?문화계 △법조계 △청소년?시민단체 △기타 심의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분야 등에서 각각 5년 이상 활동한 사람을 심의위원으로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보도교양제1심의위원회는 전직 언론인 3명, 방송학자 2명, 변호사 1명, 시민단체 활동가 1명으로 구성돼 있고, 이 가운데 여성은 1명이다. 연령 분포에서는 60대가 4명으로 가장 많고 50대가 1명, 40대가 2명이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