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2동 재개발지구의 철거민 문제와 청계천 노점상 철거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으나 관련 언론 보도는 주거권과 생존권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나 정부 역할에 대한 관심보다는 폭력시위의 과격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전국민중연대는 지난 17일 ‘빈민생존권 문제에 대한 최근 언론보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약자보호’라는 인권적 관점이 부족한 선정적인 보도태도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신문보도의 문제점’을 발제한 이송지혜 민언련 모니터 부장은 “철거민과 노점상들의 주장과 요구는 제대로 취재하지 않고 과격한 대응이 벌어지면 ‘시위의 과격성’ 문제에 국한에 보도할 뿐”이라며 “이 때문에 도시 재개발 사업에 따른 빈민들의 생존권 문제는 사회적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도동 철거민 투쟁은 1년이 넘어섰지만 그동안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다가 지난달 28일 격렬한 시위가 발생하자 비로소 ‘과격한 시위’를 부각시키는 보도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신문들이 사제총 등 각종 시위도구와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고, 특히 조선일보는 시위대가 총기류를 사용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거나 서로 다른 곳에서 사용된 시위도구를 한데 모아 나열보도해 마치 상도동 철거민들이 사용한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중앙일보의 경우 지난달 29일자 보도에서 정확한 진위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컨테이너 추락 이유를 ‘철거민들의 격렬한 저항’인 것처럼 보도해 “악의성이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이 부장은 “철거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이유, 철거민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도시재개발 사업의 현황, 정부차원의 대응책, 시민단체들이 제기하는 해법 등에 대한 취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언론이 ‘약자보호’라는 인권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 보도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공론의 장’ 역할도 담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경우,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상도동 철거 관련 20건, 청계천 노점 철거 관련 10건의 보도를 내보냈으나 대부분 물리적 충돌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제목에서도 ‘충돌’ ‘화염포’ ‘사제총’‘전쟁터’ ‘과격시위’ 등 선정적인 용어를 내세우며 ‘폭력사태’에 비중을 뒀다는 것. 반면 용역업체의 과도한 철거 진압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고, KBS와 SBS는 오히려 “경찰은 현장에 접근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스스로 권력임을 포기”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며 경찰의 폭력진압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방송보도의 문제점’을 발제한 박진형 민언련 방송보니터 간사는 “사태의 원인보다는 ‘폭력’을 부각하는데 주력하고 오히려 경찰의 ‘물리적 개입’을 부추기는 보도가 많았다”며 “다만 MBC의 경우 차분하게 사태에 접근하며 사회적 약자인 철거민과 노점상의 처지를 알리려고 노력한 부분은 돋보이지만 보다 적극적인 사태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