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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라!"

39대 집행부에 거는 기자들의 기대

김진수 기자  2004.02.26 00: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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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발 담그고 서있는 언론 지형은 어떤 모습인가. DTV 문제, 지방언론지원법 제정 문제 등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과제들은 출구를 못 찾고 헤매고 있다. 담론만 무성할 뿐 애당초 합일은 고려사항이 아닌 듯 한 모습이다. 뿐인가. 올해는 총선이란 국가적 주요 과제까지 예정돼 있다. 한국사회는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다. 한 번도 제대로 붙어본 적이 없는 살점. 다시 피고름이 흐를 것은 뻔한 이치다. 그 아슬아슬한 벼랑위에서 전열을 재정비하고 출범을 준비하는 새 집행부를 지켜보는 일선 기자들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절절히 묻어있다. 관련기사 3면

한국사회의 분열을 말할 것도 없다. 기자사회는 어떤가. 솔직히 말하자. 우린 이미 갈라져 있다. 단순히 갈라진 정도가 아니라 신문과 정권, 신문과 방송 혹은 신문끼리 벌이는 전쟁속에서 우린 원하든 원하지 않든 척후병이나 저격수 역할을 맡는다. 그 자괴감은 천근만근이다. 소속 매체의 상업주의에 밀려 혹은 당파적 입장에 묻혀 왜곡되기를 강요당하는 것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 아니던가. 불면의 밤은 당연하다. 그리고 포장마차에서 만난 노선배의 일갈은 귓전을 맴돈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분신하며 죽어가는데 이 땅의 기자들은 지금 뭐하고 있나.” 해서, 기자들은 39대 집행부에 외친다.

“기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라!”

기자협회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한 달에 한번씩 기자상 시상하고 성명서 몇 번 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회원에게 소속감이 생길리 만무하다. 그동안 관심 가져 온 기자 사회 내부의 문제점 지적도 좋다. 하지만 이제는 격변하고 있는 취재 여건등 현장의 기자들이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자들의 자긍심과 긍지가 사라진 것을 개인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적어도 공정하지 못하다. 열악한 지방언론에 대한 관심도 절실하다. 지방언론지원법의 제정을 밥그릇싸움으로 보는 것은 단견이다. 본질도 아니다. 지방화와 지방분권은 시대정신이다.

그래서 기자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가장 어려울 때 생각나는 협회가 되라!”

언론현장은 급변하고 있다. 그렇다. 현기증이 날 정도다. 과거 가장 중요한 취재원이었던 정부는 언론 앞에 높은 담장을 쌓아 놓았다. 올라갈 사다리를 만들면 손으로 밀치기 일쑤다. 독자들의 요구도 날이 섰다. 먼지 쌓인 ‘윤리강령’으로는다양해진 사회의 목소리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칭찬에 박한 기자사회. 그 관행을 극복하고 안팎에서 ‘괜찮은 기자’라는 평을 듣던 선배.동료 기자들의 移職은 머리를 멍하게 만든다. 머리카락처럼 많은 이유를 들이댄다 하더라도 이유는 결국 하나다. 무지개가 7갈래여도 프리즘을 통과하기 전에는 단지 하나의 빛이었듯이. 기자직이 싫어서, 기자직이 힘들어서 떠나는 것 아니고 그 무엇이랴.

그래서 기자들은 소리치고 또 소리친다.

“현장의 기자들을 부지런히 만나라!”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