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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들 송년 • 신년 준비 '고민 또 고민'

박주선 기자  2004.0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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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띠해인 목장으로 말띠해엔 제주도로

올해는 뭘 찍지?





연말 사진기자들이 바쁜 이유는 또 있다. 송년, 신년호 1면에 실리는 사진특집물 때문이다. 한 신문사 사진부 차장은 “한해 역량을 겨루는 한판”이라는 표현을, 또다른 사진기자는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드는 때”라고 했다.

신문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11월말부터 준비하기 시작해 한 달 이상 공을 들인다. 다른 신문에는 실리지 않을 아이템을 찾고, 구상했던 장면을 고스란히 담아오기 위해 며칠씩 현장에 머무르는 사진기자들의 애환, 고민, 추억거리는 각양각색이다.

양의 해를 앞둔 지난 2002년 말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대거 몰린 곳은 대관령 양떼목장. 기자들이 목장으로 제각기 연락해 협조를 구하자 주인은 아예 촬영일을 정해버렸다. 양떼와 떠오르는 해를 절묘하게 찍기 위해 기자들이 택했던 곳은 산 정상. 깜깜한 새벽에 각지에서 모인 기자들은 랜턴으로 길을 밝히면서 양떼를 몰고, 눈을 치우면서 정상으로 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재작년 말띠해에는 제주도 출장을 다녀온 기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원숭이나 용 뱀 쥐띠해 등 십이간지가 사진 아이템으로 적절하지 않은 해에는 새로운 고민이 추가된다.

사진기자들 사이에서 2004년 신년호 아이템으로 거론된 것 중 하나는 새해 개통되는 고속철도. 12월초 사진기자들의 요청으로 철도청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마포대교 인근에서 속도를 낮춰주기도 했다. 취재에 참여한 한 기자는 “지난해 양떼 목장 사진의 경우 한 신문사가 신년호 전에 미리 써 난감했다”며 “이번에는 같은 날, 같은 구간에서 찍은 고속철도 운행 사진에 엠바고를 걸었다”고 말했다.

태양 역시 송년 신년호 단골 메뉴다. 한 사진기자는 “이번에는 해를 피하자고 생각했다가도 마지막에 가서는 해에 매달리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자연현상은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아 애를 태우기 일쑤다. 문화일보 사진부 한 기자는 최근 군산앞바다 작은 섬 해돋이를 찍으러 갔다가 높은 파도로 배가 뜨지 못해 4일간 기다리다 결국 아이템을 바꾸기도 했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출렁이는 파도를 찍기 위해 바위에 올라섰다 파도에 휩쓸리고,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고도 추위에 셔터가 얼어 안타까워하던 일도 사진기자들에겐 추억거리다. 곽경근 국민일보 사진기자는 “허망할 때도많다”며 “새로운 곳을 찾아갔는데 타사 기자들을 만나거나 좋은 곳이라고 추천받고 갔는데 터널이 뚫려 예전 모습이 사라진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사진기자들은 특정 시기에 맞춰 특집사진물을 준비하는 우리 신문사의 오랜 관행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한국일보 한 사진기자는 “연말 연초에 특집물을 준비하는 관행은 선진언론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소모적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종찬 한겨레 사진부장은 “뉴스 흐름과 무관한 이미지 사진을 쓰는 방식은 좋지 않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몇 해 전부터 사회적 의미를 담은 기획성 사진을 싣고 있다”며 “뉴스흐름과 맞추기 위해 준비기간도 일주일 정도로 줄였다”고 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