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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탈북 국군포로...' 끈질긴 취재과정 돋보여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임철  2004.0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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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출품된 작품 가운데 1차 심사를 거쳐 2차 심사에 오른 작품은 7개 부문을 합쳐 25건이었다.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이어서 대부분 이 달의 기자상 후보로 손색이 없었으며 특히 취재보도와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취재보도 부문의 경우 8개 후보작 가운데 문화일보 베이징 특파원인 홍순도 기자의  ‘탈북 국군포로 투먼수용소로 압송’ 기사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건 병사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질타한 수작으로 평가됐으며, 특히 8월 이후 꾸준히 추적한 끈질긴 취재 과정이 돋보였다. 끈질긴 기자정신은 ‘부산 성인오락실 검?경 상납비리’를 보도한 한겨레 사회부 양상우 기자팀에게서 엿볼 수 있었다. 검경과 조폭세계의 유착관계는 새삼스러운 소재는 아니었으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쳤을 뿐 아니라 협박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는 기자정신은 수상작으로 선정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3건의 기사가 출품된 수학능력시험 관련 기사는 모두 수능의 문제를 파헤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낸 완벽한 특종 기사로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끝까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결국 상대적으로 더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한겨레 황순구 기자의 ‘수능 언어영역 17번 오답시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국민일보 김수정 기자의 ‘학원강사가 수능 출제 파문’ 등 나머지 작품들은 과반수에 1~2표 모자라 아깝게 탈락됐다.

기획보도 신문 통신 부문에서는 세계일보 기획취재팀이 제출한 ‘한국의 파워엘리트 재산 대해부 시리즈’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작품에 대해 공직자의 재산 등록 내용 가운데 누락되거나 허위 신고된 부문에 대한 검증이 없어 아쉽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으나 부동산중개업소에 대한 보강취재로 보유 부동산에 대한 현재 시세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사야 한다는 심사위원들의 대부분 소감이었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민족 문제, 특히 이산가족에 대해 열정을 갖고 취재에 임한 YTN 이재철 기자의 ‘평양에서의 고발’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SBS 기획취재팀의 ‘유명 백화점, 상표만 바꿔 폭리’도 소비자의 피해를 막는 훌륭한 기사였으나 기획성이 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지역취재 보도 부문에서는 2차 심사에 오른 3개 작품이 모두 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나 TJB대전방송의 ‘부동산 광풍지 대전, 10.19대책의허실’은 기사 내용에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흠이 제기돼 최종 관문을 넘지 못했다. 결국 학교에 일조권을 되돌려 주는데 공헌한 부산일보의 ‘새싹들에게 햇볕을’과 종교재단과 관청의 비리를 파헤친 PSB부산방송의 ‘신앙촌 대규모 불법 분묘 이장 사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3개 작품이 최종 심사에 올랐으나 한옥마을을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세계화의 길을 제시한 전북도민일보의 ‘전통문화가 자본이다’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대전일보의 ‘대전시티즌 살리기’도 지역 언론이 이슈를 제기하고 이를 연중 이끌어 간 점이 부각됐으나 캠페인 성격이 짙다는 약점으로 과반수 표를 획득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지방신문들이 지역사회를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역문제를 다루는 캠페인 기사가 호응을 얻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역기획 방송부문에서는 적조가 발생할 때마다 무차별적으로 살포해 온 황토가 바다를 죽이고 있다는 문제를 심층적으로 취재 보도한 울산MBC의 ‘적조, 황토가 대안인가?’가 심사위원 전원의 찬성표를 얻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문보도 부문에서는 최종 심사에 붙여진 3개 작품 가운데 해럴드경제의 ‘안개속 현대그룹 호의 앞날은’과 연합뉴스의 ‘정상영 명예회장과 현정은 회장의 어색한 만남’이 경합을 벌였다. 보도 사진의 경우 특종 여부와 함께 사진 자체의 작품성과 다른 매체의 인용 여부도 수상작 선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 두 작품은 구도가 같은 데다 특종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임철 매일경제신문 주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