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새해 벽두부터 선동적 정치언어가 난무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는 전가의 보도처럼 색깔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홍 총무는 지난 5일“전체국민의 10%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또 다른 10%는 호감도 악감도 아닌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 이들 20%가 확고한 노무현 지지세력이라 한다”고 말해 색깔론에 불을 지폈다. 홍 총무는 이어서 9일에는"군사정권에서는 스스로 몸을 불태우는 언론이 있었기 때문에 야당이 버틸 수 있었지만 노무현 빙하기에서는 언론이 전부 얼어붙었다"면서'노무현 독재정권론'을 의제화하려고 시도했다. 그의 정치적 언술은 이른바'차떼기'로 대표되는 엄청난 불법대선자금 국면을 전환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수백억원의 불법자금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은 지난 달 18일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노무현정권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낯 뜨거운 장외투쟁 과정에서'노정권 퇴진'과'노대통령 탄핵'이 성급하게 거론하기도 했으나 불법대선자금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도 최근 당지지율이 하락하자 조순형 대표가 직접 나서?노대통령 탄핵?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홍 총무의 일련의 최근 언술은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잇달아 제시한 색깔론과 독재론이 거짓이거나 반진실(半眞實)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색깔론의 근거가 되는?여론조사기관에 있는 동료후배들?에 대해 소상하게 밝히고 있지 않은 데다 김정일 위원장을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는 사람 모두를 싸잡아'김정일 지지자'로 단정하고 있고, 독재론의 근거로 제시한'얼어붙은 한국 언론'은 사실과 크게 배치되고 있다. 세계적 엘리뜨 신문인 르몽드는 지난해 11월 6일 한국의 언론상황을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한국언론은 ……어느 나라에도 두렵지 않은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다. (한국의) 대신문으로 꼽히는 조중동은 가족적인 언론제국으로 노무현대통령과 노골적인 전쟁을 치르고 있다."(내일신문, 11월 7일자 3면)
기자협회 부회장까지 역임한 언론인 출신인 그의 정치적 언술이 르몽드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어 의아스럽다. 그리고 그가 왜 ?어느 나라에도 두렵지 않은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는 한국의 언론?을 ?얼어 붙었다?고 했을까. 정말 의아스럽다.
이러한 일련의 선동적 정치선전을 보면서 이제 우리 언론도그 어느 때보다도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해야 하겠다는 원론적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반진실에 기초한 정치적 언술은 ‘현란한 대변인’으로 흔히 회자되어온 거대야당 원내총무의 정치적 표현이기 때문에 주요 스트레이트성 기획기사로 처리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일선 기자들은 풍부한 지식과 세련된 판단력 그리고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사실에 기초한 저널리즘의 일반원칙에 따라 좀더 충실한 정치보도를 수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정치선전은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통합적 선전이기보다는 거짓이나 반진실에 기초하여 갈등을 첨예화하고 긴장을 왜곡시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선동적 선전 양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