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96년 근대 올림픽 발생지인 아테네에서 108년 만에 다시 개최되는 올해 대회는 그 역사적 의미가 큰 만큼 세계 각 국의 스포츠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아테네 올림픽에는 세계 각 국에서 1만여명이 넘는 보도진이 몰리는 등 언론의 취재 경쟁 또한 치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지난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까지 4개 대회 연속 종합 10위권을 유지하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12위로 미끄러진 뒤 8년 만에 10위 복귀를 노리고 있어 스포츠팬들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 등 한국의 지방 언론은 올해 아테네 올림픽을 취재할 수 없게 됐다. 대한체육회와 한국체육기자연맹에서 한국 언론에 배정된 아테네 올림픽 취재진 쿼터를 일방적으로 서울 지역 언론에게만 나눠줬기 때문이다. 지방 언론에는 원천적으로 단 1장의 쿼터도 나눠주지 않기로 자기들끼리 결정해버린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해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로부터 취재진 쿼터를 배정받았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지방 신문사들은 재정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올림픽을 취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쿼터 분배권을 한국체육기자연맹에 이관해버렸다.
한국체육기자연맹도 "역대 올림픽에서 지방 언론에 취재 쿼터를 배정한 적이 없다. 다만 국제대회를 유치했거나 유치를 신청한 도시의 일부 기자들을 특별히 데려간 적은 있다"며 자신들끼리만 나눠먹기 했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종합일간지에는 회사당 3장, 스포츠 전문지에는 5장씩 쿼터가 나눠졌다. 이처럼 쿼터를 나누는 과정에서 대한체육회와 한국체육기자연맹은 지방 언론에 단 한번도 쿼터 배분 사실을 통보한 적이 없었다.
쿼터 분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부산일보 국제신문 등 일부 지방 언론사는 지난 해 연말과 올해 초에 대한체육회에 취재 신청을 하려다가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고 쿼터 재배분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와 한국체육기자연맹은 "재배정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쿼터를 배정받은 서울 지역 일부 언론이 비용 등 문제로 쿼터를 반납할 경우 일부 지방 신문에 쿼터를 우선 배려할 수 있다"며 지방언론의 요구를 '선처 차원'에서 접근하려고만 시도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한국체육기자연맹의 이 같은 처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납득할 수 없다.
먼저 언론사의 재정 사정이 나빠서 취재를 포기하고 말고는 대한체육회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각 언론사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할 사안이다. 또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등을 취재했던 기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역대 올림픽에서는 지방에 분명히 취재 쿼터가 배정됐다고 한다.
당연히 대한체육회와 한국체육기자연맹의 이 같은 행위는 전체 지방 언론사를 무시하고 명예를 훼손했으며 지방 언론의 취재권을 근본적으로 심각하게 저해한 '언론에 의한 언론 침해' 에 다름 아니다.
지금이라도 대한체육회와 한국체육기자연맹은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취재 쿼터 배정 문제를 취재 의지를 가진 지방 언론사를 포함시킨 뒤에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 쿼터를 공정하고 공평하게 배분하도록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