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대검중수부의 기자통화내역 조회에 이어 국가정보원의 국민일보 취재기자 통화내역 조회가 또다시 사실로 드러나면서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비난여론이 언론계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언론단체들은 이번 사건은 정부의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도 이번 사건은 국민기본권 침해의 대표적 사례라며 정보기관의 직권남용을 막을 수 있는 통신비밀보호법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명백한 위법이자 권력남용”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의 핵심에 서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정원은 적법성만 강조하고 있어 “사태수습보다는 책임회피에 급급하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당초 NSC가 지난달 6일자 국민일보 ‘NSC-외교부 사사건건 충돌’ 기사에 대해 기밀누설이라고 판단해 국정원과 민정수석실에 조사를 직접 의뢰하면서 발단이 됐다. 하지만 NSC측은 “보안사고인지 여부만 의뢰했지 기자의 통화내역조사는 의뢰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같은 달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통화내역조사 결과 개괄적 사항만 제보된 것으로 판단해 종결처리하고 NSC에 보안사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통보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는 NSC의 요청에 따라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일을 처리했을 뿐”이라며 ‘현재로선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표명도 생각지 않고 있으며 입법기관에서 관련법을 개정한다면 따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는 3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일보 외교통상부 조수진 기자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조회는 언론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법원의 영장제 도입이나 법원 승인 등 관련법 개정”을 요구했다. 또한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에 따라 기자들의 정부기관 사무실 출입이 제한된 상태에서 기자들의 취재활동이 대부분 휴대전화를 통해 이뤄지고 있음을 감안해 볼 때, 기자와 공무원간의 통화내역을 뒷조사한 것은 언론자유를 제한하려는 기도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지금 당장 청와대는 취재 뒷이야기나 추적하는 ‘엉뚱한 언론정책’을 청산하고, 해당기자와국민일보에 사죄한 뒤 재발방지책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지난해 10월 대검찰청이 출입기자의 통화내역을 조회한 이후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청원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며 “정보기관이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통신내역을 조회할 경우에도, 특별한 예외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원의 영장을 통해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고 주장했다.
이석연 변호사는 “일련의 기자들에 대한 통화내역조사 사건은 국가안보의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언론의 비판 ? 감시 ? 견제기능을 심각히 침해한 권력남용”이라며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危害)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수집이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는 통신기밀보호법 13조2항은 공권력 주체에 지나치게 유리한 만큼 시급히 개정돼야 할 조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