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의 살아남기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앙일보가 가격카르텔을 깨고 구독료 할인혜택 제도를 도입하자 신문업계는 ‘가격경쟁’이 초래할 신문시장 재편에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지방지는 일부 중앙지가 지방면 강화를 위해 현지 조판을 본격화하면서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방송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방송광고공사의 독점적 광고대행 체제를 경쟁체제로 전환할 것을 시사하면서 ‘무한경쟁’을 예고했다. 언론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새 흐름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구독료 할인제도=중앙과 조선이 잇따라 도입한 구독료 자동이체시 할인혜택을 주는 방식에 대해 신문업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가격 담합이 깨지고 본사가 구체적인 독자명부를 확보해 합리적인 고객관리를 가능하게 한다는 측면은 긍정적이다. 김영욱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자동납부는 구독 중단율을 낮춰 판촉 및 확장비용을 줄일 수 있고 미납율을 줄여 구독료의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와 신문시장의 저가구조를 더욱 왜곡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저가구조는 광조의존도를 높여 신문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 한 중앙지 독자서비스국 부국장은 “현재도 원가 이하로 판매되고 있는 신문을 할인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할인보다는 오히려 덤핑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자금력이 뒷받침된 일부 중앙지가 가격경쟁을 통해 독과점 체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월 구독료가 1만원으로 중앙지보다 2000원이 싼 지방지의 경우 중앙 조선의 이번 조치로 가격경쟁력까지 잃게 됐다는 위기감이 크다. 강원도민일보 관계자는 “20면을 발행하는 지방지가 같은 가격의 중앙지와 경쟁하자니 부담스럽고 광고시장도 열악한데 판매가격까지 낮추자니 그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중앙지의 지방판 현지조판=중앙일보가 오는 3월부터 충청 강원판을 대전에서 현지 조판한다. 2000년 조선일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열악한 지방지들의 ?속앓이?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중앙은 현지 조판 체제의 도입으로 3시간 가량 마감시간의 여유를 얻게 됐다. 또 지역사정에 정통한 기자들이 편집에 참여해 지역 독자들에게 더욱 밀착된 정보 제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조선에 이은 중앙일보의 현지 조판 실시에 대해 대전일보 박근태 기획조정실장은 ?중앙사들의 공격적인 서비스 전략에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곤혹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방송광고대행 경쟁체제로?=공정거래위원회가 방송광고공사의 독점적 광고대행 체제를 경쟁체제로 전환할 것을 검토하기로 해 향후 광고시장 변화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광고 판매대행 독점이 방송사간 광고판매시장 경쟁을 막아 온 대표적 규제?라며 ?이르면 내년부터 각종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발표에 대해 언론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미디어랩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문광부, 방송위, 방송광고공사 등과의 협의과정이 필요하고 시민단체와 신문사들의 큰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 하지만 규제완화 및 자유경쟁을 요구하는 시장변화와 WTO및 DDA 등의 통상압력도 예상돼 방송광고의 경쟁체제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상파방송과 ?끼워팔기?를 통해 광고수입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왔던 종교방송과 민영방송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사에 미칠 영향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광고 시장이 경쟁체제로 접어들게 되면 그동안 방송광고공사의 규제 때문에 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됐던 방송광고 단가가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는 게 중론이다.
방송광고공사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의 과점이 심각한 상황에서 자유경쟁으로 전환하는 것은 매체간 다양한 발전과 안정적 경영지원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며 ?뉴미디어가 균형적으로 발달하고 과점 상황이 해결된 이후에 규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