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들과 통화하다보면 틈만 나면 회사를 떠나려 합니다. 확실한 자리가 있으면 나가고 싶은데 그동안 누리던 기득권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그게 무서워 못 떠납니다.”
전직 조선일보 기자가 조선노보에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소리를 했다. 7년전 회사를 떠나 현재 경성대에서 재직 중인 권만우 교수는 장문의 기고를 통해 ‘친정’에 할말 못할 말을 다 털어 놓았다. 어찌 생각하면 ‘1등 신문’이라 자처하고 월급이 가장 많은 신문사에서 이게 무슨 소리냐 할지 모른다.
권 교수는 “조선 기자들은 주인의식이 투철하나 아무데서나 주인노릇을 하면 안 된다”며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 경제 문화에 대해 겸손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요즘 기사를 보면 ‘저 것도 기사인가’할 정도인 것도 있고, 광고 받고 실어주는 ‘기사류’도 있다며 쉽게 쓰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사내에 줄, 계보, 파벌이 있다고 지적하고 능력위주의 인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취재 편집 출판 등 직종간의 장벽이 아직도 신라의 6두품제처럼 따라 다닌다고 꼬집기도 했다.
권 교수는 “언론학계에서 조선일보에 다닌 죄로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며 “회의 끝나고 2차가면 일당백으로 싸움하기 일쑤였다”고 자신에게 처한 현실도 토로했다.
특히 그는 기자들에게 한없이 겸손할 것을 주문했다. 그 것도 억지 겸손이 아닌 몸에 베인 겸손을 강조했다.
“기자는 파워가 있습니다. 그러나 기자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기자라는 날개 떼고 나면 아무도 왕 대접 안합니다. 겸손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