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시민연대가 5일 발표한 공천 반대 명단을 두고 신문들의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 발표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권고한 신문이 있는가 하면 평가기준의 공정성을 지적하며 시민단체의 총선운동 자체를 비판하고 나선 신문도 있었다. 명단 공개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던 방송사들은 결국 저녁 메인뉴스에 총선연대의 발표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또 우후죽순 발표되는 명단의 공개를 둘러싼 언론사들의 입장이 모호한 가운데 중앙일보가 밝힌 보도기준이 눈길을 끌었다.
신문사, 명단 발표 평가 엇갈려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 명단에 대해 신문들은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시민단체의 기여나 활동에 긍정하면서도 선정 기준의 객관성과 공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크게 상반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일부 신문들은 총선연대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일반 시민들의 판단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동아 조선 중앙 한국은 사설에서 총선연대의 ‘정파성’을 비판했고, 경향 문화 서울 세계 등은 평가기준의 객관성을 권고한 반면 한겨레는 총선연대의 ‘엄격한 검증작업’을 높이 평가했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총선연대가 당적이동을 지적하면서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간 의원들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 △부패?비리 문제를 낙천기준으로 삼으면서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가 빠졌다는 점 등을 예로 들어 평가기준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특히 중앙일보는 6일자 사설에서 “‘색깔론 발언’이란 기준도 이중 잣대가 아닌지 의문”이라며 “‘좌파정권’ 발언은 문제가 되고, ‘수구꼴통’ 발언은 괜찮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6일자 사설에서 “발표 명단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뿐더러 시민단체가 정권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자초할 수도 있다”며 “시민단체가 공정치 못한 선거운동을 한다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사설 ‘낙선대상 선정 도대체 기준이 있는 건가’에서 “시민단체들이 이런 방식으로 현실정치에 노골적으로 뛰어들려면 차라리 ‘시민’이라는 이름을 빼고 정치단체로서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을 옳을 것”이라며 “시민단체를 견제와 감시를받지 않는 새로운 권력이라고 보는 부정적 시각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는 같은 날 사설에서 “공정성에 시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4년 전에 비해 기준을 크게 강화했고, 또 대상자 선정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며 노력한 점이 인정된다”며 “각 정당은 개혁공천에 이 낙천운동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기 바란다”고 요구해 다른 신문들과는 큰 입장차를 보였다.
방송사, 명단 공개 여부 고민
총선연대가 발표한 공천 반대 명단 공개 여부를 두고 방송사들이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연대가 5일 오전 9시30분에 명단을 발표했지만 각 방송사는 낮 뉴스에 명단을 공개하지 않다가 저녁 메인뉴스에 일제히 공개했다. MBC와 SBS는 각각 ‘뉴스데스크’와 ‘8시뉴스’ 첫 보도에서 낙선 명단을 자막으로 내보낸 반면 KBS는 ‘뉴스9’에서 9시33분경 기자 멘트를 통해 뒤늦게 공개했다.
방송사들이 이같은 고민에 빠진 데는 방송은 신문과 달리 영향력과 그로인한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점, 공천 반대 명단 공개가 자칫 실정법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때문이다. 또 각종 시민단체들이 낙천?낙선 명단을 공개하고 나서면서 총선연대 외에 여타 단체들의 낙선 명단도 공개해야 한다는 형평성 문제도 간과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KBS 보도국 기자는 “방송이 시민단체들이 발표한 낙천?낙선 명단을 공개하기에는 아직도 위험스러운 점이 많다”며 “방송이 명단 공개 자체가 불러올 결과를 생각하기보다는 선거법상 ‘정당선거원이 아닌 사람이 특정 정당의 선거를 돕거나 낙선운동하면 위반’이라는 규정부터 문제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 명단 발표 남발
경향 문화 세계는 시민단체들의 공천 반대 인사 발표가 난립해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마다 각기 다른 선정 기준을 가지고 낙천?낙선자를 발표해 명단도 제각각이고 수긍하기도 어렵다는 것.
이에 따라 명단 공개 기준을 둘러싼 고민은 방송은 물론 신문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가 제시한 보도 기준이 눈길을 끌었다. 중앙일보는 5일 4면 ‘명단봇물???유권자 “헷갈려”’에서 “중앙일보는 도덕성(납세, 병역, 전과 등)같이 국민적 공감대가 넓은 잣대를 선정기준으로 제시하는 단체들의 명단을 중심으로보도하고자 한다”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거나 편파성이 두드러진 주제를 잣대로 내놓거나, 공신력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단체들이 제시하는 명단을 철저히 경중을 가려 보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