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신문 1면 톱 자리에 기획이나 캠페인 기사가 배치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가장 앞서가는 신문은 중앙일보다. 이 신문은 1월1일자 통단 톱을 “세계는 교육혁명 중”으로 시작했다. 이 시리즈는 3일에도 통단, 5일에는 좌측 4단 톱기사였다. 같은 달 25일 이 신문은 ‘자연의학’ 시리즈를, 26일과 27일에는 ‘정치개혁’ 시리즈를 좌측 톱에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1월26일 통단 톱으로 ‘우리이웃’ 캠페인을 알렸다. 27일에는 ‘이공계 살리기’ 캠페인을 좌측 톱에 싣는 등 이 신문도 여러 차례 1면 톱을 기획 혹은 캠페인으로 채웠다. 상대적으로 뜸하지만 다른 신문들에도 스트레이트 기사와는 거리가 먼 내용들이 1면 톱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한 해 300개가 넘는 톱기사의 일부를 캠페인이나 기획이 차지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시도들이 지면 차별화를 높인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다 똑 같다’는 것이 한국 신문의 문제로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면 톱은 보도 기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의견 기사의 중요성에 대한 독자의 평가는 그렇게 높지 않다. 광고주협회 수용자조사(2001년)에 따르면, 응답자의 12.6%가 사설/칼럼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사건/사고 38.0%, 일반경제 34.7%, 정치 26.3% 등 전통적인 뉴스는 물론, 스포츠(21.9%)나 방송/연예/영화(16.3%)보다 낮은 수치다. 독자는 신문이 우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알려주기를 원한다. 신문사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는 그 다음의 문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신문은 그 날의 사건 중에서 독자의 삶에 가장 중요한, 혹은 그렇게 판단한 사건을 1면 톱기사로 다루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보도와 거리가 먼 기획이나 캠페인이 1면 톱을 차지하는 것은 일종의 약속 파기다. 물론 새로운 형식에 독자가 적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신문의 태도다. 독자는 신문이 자신의 삶에 중요한 사건과 현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길 기대한다. 해설과 기획도 이를 위한 것이다. 그러고 그에 대한 의견은 독자의 몫이다. 사설이나 칼럼도 독자의 의견형성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지, 독자에게 특정 의견을 권고하거나 심지어 유도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캠페인과 같이 독자의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계도’하는 기사는 그 자체로도 저널리즘의 본령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자제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더구나 1면 톱은 가당치 않다고 본다. 자사의 ‘특종’이라고 해서 뉴스 가치가 약한 기사를 톱으로 올리는 관행도 버려야 한다.
1면 톱의 유용(流用)은 조급함 때문이라고 본다. 개성있게 보이려는 조급함이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조급함이다. 언론이 보다 나은 사회를 지향하는 것을 나무랄 것이 없다. 오히려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수단은 저널리즘이어야 한다. 그 기본은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가치와 사회적 맥락에 대한 판단이 개입된다. 하지만 가치와 판단이 사안을 잘 못 보게 만든다는 사실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목소리 높여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독자가 알기 원하는 진실에 대한 두렵고 겸손한 태도가 신문의 신뢰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영향력을 높인다. 그리고 그것은 장기적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