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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복제'보도 갑론을박

홍석재 기자  2004.0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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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2개월 독자 취재…엠바고 해당 안된다”

타사 “성급한 보도로 국제적 위상 실추” 유감







중앙일보가 12일자에 단독 보도한 ‘장기 복제 길 한국인이 열었다’ 기사에 대해 타사들이 ‘엠바고 파기’라고 주장하고 나서 엠바고 준수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 홍혜걸 의학전문기자는 12일 1면 머릿기사로 서울대 황우석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든 사실을 보도했다.

황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난치병 치료에 신기원을 열어줄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람의 세포와 난자를 이용해 체내 이식거부 반응이 없고 줄기세포가 구체적인 장기세포로 발전하기 전의 상태이기 때문에 윤리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이 논문을 싣기로 하고 관련사실의 검증을 위해 미국 국가과학진흥회(AAAS)와 함께 13일 오전 4시(한국시간) 이후에 보도하라는 엠바고를 설정, 10일 회원사들에게 논문 원본과 함께 사실을 이메일로 통보했다.

그러나 홍 기자는 이를 사이언스지와 미국 국가과학진흥회의 공식 발표 하루 전인 12일 단독 보도하고 2개월간의 독자적인 취재 끝에 논문 원본을 입수했기 때문며 “엠바고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향 동아 조선 한겨레 등 주요 일간지들은 13일 ‘한국과학계 국제위신 추락’, ‘공식요청 없어도 국제관례’라며 반발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국제적인 엠바고를 깨고 성급하게 보도함으로써 물의를 일으켰다”며 ”과학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실추됐다“고 보도했다.

또 12일 미국 국가과학진흥회(AAAS)도 인터넷을 통해 중앙일보와 홍혜걸 기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기사를 쓴 홍혜걸 기자는 프레시안과 인터넷 중앙일보에 올린 기고에서 “엠바고란 취재원이 기자에게 보도시한을 정해놓고 자신의 정보를 공개할 때 적용되는 것”이라며 “독자적으로 열심히 취재한 기자에게 연구진이 엠바고를 걸 권리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한국언론재단 김영욱 책임연구위원은 “중앙일보 측이 명시적인 약속을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취재해 얻은 결과물이라면 전통적인 의미에서 엠바고를 깼다고 보기 힘들다”며 “독자를 배제하고 특정사의 독점적 지위를강화하는 ‘관행’에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