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보도자료를 가져가기 위해 일렬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광경을 대통령이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홍보수석이 춘추관 기자실 비좁은 책상에서 ‘상주기자 일일체험’을 했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요즘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위상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수습기자만도 못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취재 환경 전반이 그만큼 열악하다.
청와대 관계자를 직접 만나서 취재하는 것은 물론 전화를 통해서도 취재하기가 힘들다. 대변인 브리핑이 있지만 ‘영양가 있는 답을 얻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지 오래다. 더구나 수석들의 브리핑은 ‘가뭄에 콩 나듯’ 할 뿐이다.
이러다 보니 보도자료라도 나오면 반갑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를 두고 기자들은 보도자료를 ‘닭 모이’에 비유하면서 스스로를 한탄하기도 한다. 아마 대통령이 이 광경을 보면 “음 질서정연하고 자유언론정신에 빛나는 기자들이라 역시 다르군.”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자실 여건도 조악하다. 310명의 출입기자 중 내신 취재기자는 1백35명. 이 가운데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까지 취재하는 70~80명의 상주기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기자실 내부는 대학 강의실 모습이다.
책상은 일반 사무용 책상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노트북과 전화기, 간단한 자료만 겨우 놓을 수 있는 공간밖에 안된다. 칸막이도 너무 낮아 사생활을 침해하기 일쑤다. 전화통화 내용이 크게 들릴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무슨 기사를 작성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때문에 춘추관에 가보면 현관 안팎에서 첩보원처럼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기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공간도 비좁다. 의자를 뒤로 빼면 통로가 비좁아 사람들이 나가지 못할 정도이다.
홍보수석이 이곳에서 ‘일일 기자체험’을 한 후 “이 정도 취재환경이면 괜찮아. 향유했던 관행을 바꾸려 하다보니 저항이 많은 게야. 좀 더 익숙해지면 자포자기하고 불평도 사라질 거야”라고 말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