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어린 중학교 학생들이 직접 찍은 소위 ‘왕따 동영상’이 60대 학교장의 자살로 이어졌다.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됐고, 언론이 이를 받아 확대·배포했다. 이후 비난여론이 들끓었으며 경찰수사가 보강됐고 결국 교장은 죽음을 택했다.
네티즌을 통한 인터넷 유포가 일차적인 원인이겠지만, 선정적 보도와 무책임한 폭로식 보도역시 이같은 인과고리의 어디쯤엔가 서 있다. 대책마련 없이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사태를 확산시켜 피해학생과 학교장에게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한데는 매체영향력을 고려치 않은 언론의 책임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이미지를 보도의 수단으로 삼는 방송은 신문과 달리 전달력과 파급력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15일부터 방송 3사는 ‘왕따 동영상’을 메인뉴스에 일제히 내보냈다. KBS와 MBC가 일부 화면을 모자이크로 처리한 반면 SBS는 그대로 내보냈다. MBC뉴스데스크의 경우 16일 학부모의 재발방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학교 측을 일부 비판했지만, 21일까지 무려 3차례에 걸쳐 관련 동영상을 내보냈다.
SBS는 또 21일 홍콩의 한 학교에서 학생이 집단구타 당하는 자극적인 장면을 무려 1분여 동안 화면처리 없이 내보냈다. 기자는 폭행 순간순간을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했다. 이후 SBS 뉴스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폭행의 심각성이나 대책마련보다는 ‘한국인 왕따?’ 진위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등 흥미위주 보도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 같은 보도가 궁극적으로 재발방지 효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모방행위를 양산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선정적인 화면을 내보내는 일부 무책임한 방송보도는 지속적인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사의 메인뉴스는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경우가 많다. 무책임한 선정보도가 낳을 수 있는 부정적 파급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