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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사안 보면 구멍 '송송'

윤리강령 현황.. '자정노력 첫 발 ' 강화 시급

김상철  2000.11.07 15: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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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자가 '언론대책 문건'을 만들어 정치인에게 전달했고 다른 기자는 그 문건을 입수해 다른 정치인에게 돈을 받은 뒤 넘겨주었다. 올 들어 언론인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가뜩이나 사문화돼버렸다는 지적을 받아오던 언론사 윤리강령에 결국 조종이 울렸다.



지난 88년 한겨레를 필두로 91년까지 이어져 왔던 각사 윤리강령 제정 바람은 다시 지난해 연합뉴스, 올 7월 중앙일보로 확산됐다. 방송도 90년 KBS와 MBC, 91년 SBS 방송강령에 이어 지난해 KBS, SBS가 제작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지난 96년 개정된 신문윤리강령은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본인, 친인척, 지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되며 다른 개인이나 기관에 넘겨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신문윤리강령과 연합뉴스, 중앙일보 윤리강령에도 있는 '올바른 정보 사용' 규정은 그러나 구체적인 제한을 주식, 부동산 투자 등 재산증식 분야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각사 윤리강령은 해가 갈수록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안처럼 취재원과 유착관계, 금품수수 등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상 언론자유 수호, 공정보도와 언론의 책임, 품위유지 등의 범주로 구성되는 윤리강령에서 이같은 사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사례는 많지 않다.



취재원 유착 문제와 관련 대부분의 품위유지 조항은 '언론인·회사의 명예와 품위를 지킨다', '취재원으로부터 금품이나 향응, 편의를 제공받지 않는다'는 수준으로 규정돼 있다. '무엇을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은 찾기 힘들다.



공정보도와 관련해서는 대부분 외부압력 배제, 개인의 권익이나 사생활 보호, 반론권 보장 등을 명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대부분의 윤리강령이 총칙을 통해 선언한 '언론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간섭하려는 어떠한 세력에도 단호히 대처한다'는 언론의 독립·자유라는 규정을, 위반이 아니라 아예 '엎어버린' 사안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언론사 정치부 기자는 "그동안 언론 내부에서 벌어졌던 윤리·자정운동의 실효가 없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며 "단순히 기자의 윤리 문제로 귀착시킬 것이 아니라 권언유착이라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솔직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리강령제정에참여했던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한계가 있더라도 일차적인 문제는 기자 윤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윤리강령 제정 과정에서 항상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실효성이지만 그것이 더 이상 변명거리는 될 수 없다"면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윤리강령의 규정 여부를 떠나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원칙이 무너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