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전직 검사가 MBC와 취재기자를 상대로 “편파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낸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6000만원이 인정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지난달 29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의자의 주장을 묵살하고 같은 범죄로 이중기소 했다는 내용의 방송보도로 명예가 훼손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취재과정상 기자가 방송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상당하고,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감시기능에 비춰 허용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공적 사안에 대한 언론의 자유는 악의적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돼서는 안된다”며 “당시 검사였던 원고가 정확한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아 기자로서는 정확한 사실 확인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원고는 검사로 재직 중이던 98년 박모씨가 조모씨를 경찰과 검찰에 중복 고소한 사건을 맡았다가 조모씨가 이미 처벌받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이중기소 했고, 당시 MBC는 이를 ‘한심한 검찰’이라는 보도로 내보낸 바 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는 2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이 공익차원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인정한 점에서 크게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직자는 언론의 취재에 당당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응해야 하며 언론의 고유 기능인 감시와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는 각종 소송을 남발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