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청와대는 참여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영빈관에서 대통령 내외와 출입기자가 함께 하는 오찬을 마련했다. 참석기자는 모두 180여명.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행사를 앞두고 작은 고민을 했다. 대통령이 기자 모두와 악수하는 것에서부터 선물에 이르기까지 ‘盧心’이 아닌 ‘記心’을 의식했다. 오찬이 끝난 후에도 다음날 신문과 방송에서 ‘오찬에 대해 어떻게 보도될까’ 미리 記心을 떠볼 정도였다.
이유는 대통령과 출입기자간의 공식적인 자리가 처음인데다 기자들이 사소한 트집을 잡아 보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대통령내외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것도 ‘대통령과 기자간 스킨십이 없다’는 기자들의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기우였다. 기자들은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시계선물’에 대해 별다른 흠을 잡지 않았다. “받지 않겠다”고 우기는 기자도 없었다. 대통령오찬을 두고 왈가왈부한 기사도 나오지 않았다. 조선일보만 사설에서 ‘대통령의 말을 믿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예정에 없던 인사말과 닭고기 메뉴가 기자들 사이에서 이야기됐을 뿐이었다.
이날의 오찬은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먼저 ‘얼어붙은 대언론관계’를 ‘봄눈 녹듯 녹여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 셈이다. 물론 언론에 대해 자신감이 없으면 나오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장막만 높이 칠 수는 없지 않은가. 오찬장에서 노대통령이 “이제 국정전반에 자신이 있다”고 말한 만큼 참모들도 언론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총선이후에”라는 말을 하지 말고, 지금 당장 산적한 언론정책을 적극적으로 펴 나가야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비우호적 출입기자들과 식사를 함께 한다고, 공무원들의 기자접촉 제한을 푼다고, 참여정부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