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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략 만들고 법정 대응방안 자문하고

권언유착 사례.. 세풍자금 수수에 돈 받고 수사발표문 감수 시비도

김상철  2000.11.07 15: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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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문건' 사태는 그간 이루어져 왔던 권언유착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그 동안 다양한 형태의 권언유착이 이루어져 왔으며,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이 언론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지난 88년 본보는 5회에 걸쳐 '전두환 체제에 협조한 언론인들' 시리즈를 연재해 당시 언론의 보도와 몇몇 기자들의 '충성경쟁'을 뒤늦게나마 폭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권언유착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90년대 들어 권언유착의 실체가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으로 먼저 'YS 장학생' 문제를 들 수 있다. 본보가 92년 3주 간 주요 기사로 다룬 바 있는 'YS 장학생' 사건은 당시 연합통신 김징훈 부국장이 김영삼 민자당 총재와 김덕룡 비서실장에게 각사 정치부장 등 기자들의 동향을 문건으로 상세히 전달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건 폭로 이후에도 언론계에서는 'YS 장학생'들이 건재했고 유착관계를 계속 유지해왔다는 것 역시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대선 편파보도 시비와 '문건 파동'은 97년 중앙일보의 이른바 정보보고 파문으로 이어졌다. 정치부가 작성한 '이회창 선거전략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됨으로써 거센 파장을 몰고 왔던 이 사건은 "내부 정보보고일 뿐"이라는 중앙일보 해명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 대선보도는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라는 전국 정치부 기자 103명의 양심선언 서명으로 번졌다.



또 97년 대선에서 이도성 당시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이 이회창 후보를 위해 '세풍 자금'을 모은 이석희 당시 국세청 차장한테서 1500만 원을 받았다고 미디어오늘이 올 7월 폭로하기도 했다.



권언유착 논란 대상이 정치인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지난 98년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가 환란 주범으로 기소됐을 때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경제부장이 법정에서의 대응 방안을 자문하여 문제가 되었다. 또 월간말은 올 초 월간조선 조갑제 부국장이 92년 돈을 받고 안기부의 수사발표문을 감수하는 등의 유착 관계를 형성하였다고 폭로하여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사건은 현재 조 부국장이 사실을 부인하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유력 정치인들은 으레 자기 계보의 기자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YS나 DJ도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기자들이 'YS 장학생'나 '벙커 그룹'이라고 불리웠듯이, 실세정치인들주변에는 이들과 유착하여 이들의 호나 약자 또는 소재지의 특성을 딴 oo계, xx계 등으로 불리는 기자들의 명단이 나돌기도 했다.



유착한 기자들은 대개 정치인에게서 수시로 금품을 받으며 조언과 함께 지지 분위기를 조성하고, 때로는 이들을 통해 정계나 권력으로 진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권언유착은 대부분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명확한 실체가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다.



정치인 차원이 아니라 정당 차원에서 기자들을 '관리'하는 것은 아예 관행화하였다.



지난 8월 국민회의는 출입기자에게 30만 원, 국회반장에게 50만 원, 서울지역 일부 언론사 정치부장에게 100만 원씩 휴가비 명목으로 총 1억 원 정도를 지출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본보 1011호 참조) 국민회의는 지난 6일 홍 사장 구속과 언론탄압 주장에 대해 중앙일보에 질의문을 보내며 "지난 1년 7개월 동안 정부측 인사들과 아무 탈 없이 같이 웃고 얘기하며, 술 마시고 골프까지 치면서 잘 지내다가 사장이 구속된 이후 갑자기 언론탄압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관행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뿌리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관행이라는 이름의 유착 관계는 기자가 직접 문건을 작성해 정치인에게 조언하고 이를 빼내 다른 정치인에게 제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뒤늦었지만 언론계에서는 이같은 현실을 재조명하고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