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언론사에 새 장이 열렸다. 국회는 2일 문광위와 법사위를 통과한 ‘지역신문 발전지원특별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지방종합 일간지를 비롯하여 지역신문들이 고사위기에서 회생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집중과 독점’으로 왜곡된 신문판매·광고시장을 개선하고 건전성과 신뢰성을 담보로 지역신문들이 새로운 여건과 환경 속에서 자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법이 제정되기까지는 엄청난 시련과 진통이 있었다. 우선 언론계 내부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것이 힘들었고, 시민단체와 학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도 적지 않은 갈등과 논란이 이어졌다. 정부와 국회의원의 협조를 얻는 것은 더욱 힘든 과정이었다. 법안의 폐기위기도 헤아릴 수 없었다. 3개 법안을 조율하기도 힘들었다.
일부 전국지가 나서서 반대해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16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통과된 것은 바로 이런 연유들에서이다. 난산의 난산 끝에 이 법이 통과된 것이다. 보람과 회한이 교차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6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추구하는 이념은 ‘지원과 혁신’이다. ‘지원’은 중앙집권과 수도권집중의 극심한 불균형구조에다 설상가상으로 소수 과점신문사의 경품·무가지 등 무차별적인 지방공략으로 시장기반을 상실한 채 고사위기에 놓인 지역신문을 회생시키기 위한 지원책의 시행이다. 이는 헌법이 규정한 경제적 약자보호와 지역균형발전 책무에 부합하는 조치이다. 아울러 여론의 다양성과 사상의 다원화를 소중한 가치로 삼고 있는 민주주의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원’에는 반드시 ‘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역신문이 주민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건전한 여론민주주의의 구현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지원’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명분 또한 없기 때문이다.
지난 2년 여 동안 법 제정을 추진해오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도 바로 이 대목이었다. 반대론자의 주장도 이에 근거했다. 이에 따라 지원대상과 기준에 지역신문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을 반영하도록 노력했고 앞으로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언론계와 사회의 요구는 충분히 고려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지역신문지원법 제정의진정한 의미이자 지역신문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신문은 이제부터 시작이며 지역신문들의 내일은 자신들의 몫이 되었다.
종속변수로서의 언론위상을 털어내고 낡은 패러다임을 타파해야 한다. 지역 밀착형신문으로 지역사회의 건전한 여론을 대변하고 지역에너지를 결집하며 지역혁신주체로서 기능해야 한다. 경영혁신을 도모하고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은 경쟁력을 잃은 신문을 도와주는 법이 아니다. 난립한 신문의 경영자금을 지원해주는 법이 아니다. 기득권 신문만을 위한 법도 아니다. 건전한 지역신문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지역신문의 경영환경과 여건, 그리고 지역신문시장에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령제정과 향후 구성될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구성, 기금운용 등 숱한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지금부터 언론계는 지방신문사(史)를 다시 쓰기 위해 신발 끈을 졸라매야한다. 중앙지와 지방지는 상생(相生)의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공존공영의 관계를 모색하고, 지방지간에는 기존지와 후발지의 대립·갈등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국회가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제정한 것은 이를 촉구하는 ‘국민의 메시지’로 수용해야 한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제정은 그래서 필자에게 보람보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여곡절과 진통 끝에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이 제정되기까지 헌신적인 성원과 열정을 아끼지 않았던 이상기 회장을 비롯한 한국기자협회의 모든 구성원과 지역언론개혁연대, 언론학자, 지역신문 구성원들에게 거듭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