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재 미군의 KBS취재진 억류사건과 관련, 언론계가 이번 사건을 ‘미군의 야만적 인권유린행위’로 규정하고 한 목소리로 미 당국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는 8일 성명을 내고 “이라크 주재 미군이 KBS 취재진을 포승줄로 묶어둔 채 강제억류한 사실을 언론 탄압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군은 조사 결과 아무런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들이 한국에서 온 기자임을 확인하고도 4시간 동안 억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기협은 또 “이번 사건은 언론자유를 본질적으로 부인하고 나아가 이를 침해하는 것으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미군 당국과 미 행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있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한 시일 안에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기협은 또 국제기자연맹(IFJ)과 미국편집인협회(ASNE), 언론인보호위원회(CPJ) 등에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전달했다.
카메라기자협회(회장 심승보)와 사진기자협회(회장 강두모)도 9일 주한미대사관 옆에서 규탄 시위를 열고 “이라크 주둔 미군 당국은 이라크 내에서 취재 중인 외국 방송언론사들을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는 적대행위를 즉각 중지하라”며 “외국 방송언론사들의 취재자유와 안전보장에 최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KBS노조, 기협 KBS 지회 등도 8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언론에 대한 심각한 탄압”이라며 이라크 주재미군과 미 정부 당국에 대해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KBS노동조합(위원장 김영삼)은 “파병까지 결정한 나라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의 기자라는 신분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갑을 채우고 군사령부까지 끌고 간 상황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될 수 없는 인권유린행위”라고 규탄했다.
KBS 손관수 기자협회장도 “언론인들의 신변안전을 위해서는 현지와의 즉각적인 연락시스템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며 “이라크 통신시설 미비로 인해 현지 취재진이 한국으로 직접 전화하지 않는 이상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는 현 실정에서 위성확보 등을 통해서라도 직통전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회사 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KBS는 7일 사장 명의의 공문을 미대사관에 보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KBS 워싱턴 특파원에게 미 행정부에 정식으로 질문을 요청하도록 지시했다. KBS 이정봉 보도국장은 “NHK기자가 만약 그러한상황에 처했다면 미군이 그처럼 과잉대응을 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미국의 반응을 주시해 지속적으로 보도를 통해 내보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는 임홍재 주이라크대사가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을 방문해 항의했으며 미군측이 유감을 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9일 성명을 내고 “(추가병력을 통해 기여할) 한국의 역할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한국정부의 어떤 우려표명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한국기자들에게 어떤 불편이 있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행위에 대한 한국정부와 언론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미대사관은 10일 오전 돈큐 워싱턴 공보 참사관 등 관계관 3명을 기자협회에 보내기로 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한편 정창준 기자와 신기호, 강승혁씨 등 KBS취재진 3명은 지난 6일 바그다드 시내 검문소를 지나던 중 탐사견에 의해 폭발물을 소지한 것으로 의심을 받아 미군기지로 압송, 4시간 동안 두 손을 뒤로 묶이는 등 미군측에 의해 강제억류 됐다가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