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동아·조선·중앙 이 와중에도 자사홍보

'우리는 빅3' 강조.. 사설선 경쟁지 겨냥해 압박도

김 일  2000.11.07 15:54:42

기사프린트

'언론문건' 사태는 땅에 떨어진 기자 윤리의 실상을 보여준 동시에 한국 언론의 아전인수격 보도 행태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문건에 '빅3'로 지칭된 신문들은 이 와중에도 자신들이 여기에 속했음을 강조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크게는 이들 '빅3'와 나머지 신문들의 차이다. 동아·조선·중앙일보(가나다 순)는 자신들이 '빅3'임을 강조했으며 다른 일간지들은 주제목에서 '빅3'란 표현을 사용치 않은 점이다.



26일자의 경우, '전격 사법처리' '국세청 등 활용' 등이 현 사태와 일치한다고 주장하는 중앙일보의 제목은 '총선전 언론장악 위해 언론사주 사법처리해야'로, 해설면에서는 '언론장악 시나리오 의혹' '중앙일보 사태와 놀랄만큼 일치' 등으로 뽑았다. 조선일보는 '신문 빅3중 한곳 친여지로 만들어야'가 주제목이며 4면 해설기사 제목은 "언론사 조사 첫번째 '조선' 택해야"이다. 동아일보 가판은 1면 2단 상자기사로 "여권 언론장악 시나리오 있다"로 다뤘으나 조선·중앙일보 가판을 본 후 판갈이를 했다. 1면 머릿기사로 올려 제목에선 조선일보를 따라갔다. '동아-조선-중앙일보 빅3중 한곳은 친여지로 만들어야'.



기자들의 지적이 쏟아진 중앙일보 28일자 1면 머릿기사 '중앙일보 휴직 문일현씨 개인의견 문건 작성'은 '눈가리고 아웅식' 보도의 압권으로 꼽혔다.



이번 보도에 있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사설도 전하는 의미를 파악하기에 따라선 이색적이다. 동아일보는 다른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진위 규명을 촉구하면서 언론사 일괄 세무조사 실시까지도 주장했다. 동아일보 27일자 사설 '언론장악 문건 사실이라면'에서 "한국의 모든 언론과 그 사주들이 탈세와 불법, 탈법을 일삼고 특혜 융자를 받고 있단 말인가"를 묻고 "진정 '언론개혁'을 위해서 차제에 일괄 세무조사를 실시해 들춰낼 것이 있다면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일괄 세무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동아일보의 메시지는 사실상 특정 언론사를 타깃으로 한 세무조사를 부추기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심증적인 언론통제 의혹에 쐐기를 박고 다시 중앙일보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일보 27일자 사설은 문건 작성자가 고도의 '현실성'을 갖고 있는 사례로 "최근의 언론사주 구속 사태라든지(→중앙일보), 유력지 간부에 대한 그간의압박의혹(→동아일보)" 등을 적시하며 "정부가, 청와대가 사실을 밝혀 누가 작성했고 어떻게 처리됐는지 국민 앞에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꿈에도 생각해 볼 수 없는 일' '소름끼치는 일'이란 호들갑스런 용어를 사설에 등장시킨 조선일보는 그러나 이미 문건의 작성자가 '조선 중앙 동아'식 순서로 표현한 점에서 중앙일보 내지 중앙일보 성향 쪽에 혐의를 두고 있었으며 표현의 미숙함과 수준 미달의 내용, 문건 관리의 허술함 등을 들어 청와대에 보고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문건 내용이 유치한 수준이라고 파악했음에도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가 지속돼선 안된다는 차원에서 쐐기를 박기 위해 비중있게 보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사내에서도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이견들도 결과적으로 잘했다는 평가로 전환했다"며 "이번 대응은 사장실과 편집국간의 교감과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이 정도의 대목에선 처방전을 쓸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신문사 편집국장은 "불확실한 것을 가지고 온 언론이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데에는 개인적으로 반대"라며 "이는 곧 기자로서의 신념이지만 이를 지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또다른 편집국장은 "문건 폭로가 있자 각 신문사가 아전인수격으로 보도하는 것도 적절치 않은 태도이며 한 출세주의 기자의 문건으로 온 나라가 사생결단하듯 뒤죽박죽하는 것도 본질에서 벗어난 점"으로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