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언론 장악 및 탄압을 위해 만들었던 ‘1도1사’ 제도가 엉뚱하게도 2004년 프로농구에서 부활했다.
지난 2일 한국농구연맹(KBL)은 각 언론사에 ‘2003-2004 프로농구 시상식 기자단 선정 부문 투표 안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냈다. KBL은 올 시즌 최우수선수 등을 뽑는 투표에 관한 이 자료에서 각 언론사별 투표권 배분 원칙을 공개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서울의 종합신문 11개사는 각 3표(총 33표), 5개 스포츠 신문은 각 5표(총 25표), 4개 방송사는 각 3표(총 12표)를 갖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경우 연고지 대표 언론사별 1표(총 8표)가 배분됐다. 쉽게 말해서 신문 2개, 방송 4개사가 있는 부산은 모든 언론사를 통틀어 1표만 갖는다는 것이다. KBL이 부산의 언론을 통폐합한 셈. KBL은 “각 구단에서는 지역 언론사의 의견을 취합하여 KBL로 송부하라”고 ‘친절하게(?)’ 덧붙이기도 했다. 각 구단에 대해 지역 언론의 대변인 역할을 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KBL은 이같은 투표권 배분 원칙 결정에 대해 “서울 언론사 농구 담당 간사들이 결정했다”면서 “그나마 과거에는 지역 언론사에 투표권을 주지 않다가 지역 연고 농구단들의 항의로 3년전에야 생겼다”고 해명했다. KBL은 또 올해부터 투표권 배분 원칙을 직접 만들려고 했지만 서울 언론사 간사들의 반발에 부닥쳐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여자프로농구는 더 심하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아예 지역 언론사에 투표권을 주지 않고 있다. WKBL은 “서울 언론사에서 지역에 투표권을 줄 경우 투표에 참가하지 않겠다며 반발해 다른 지역 언론사에 투표권 배분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KBL과 WKBL의 해명에 따르면 결국 서울 언론사들이 이유없는 ‘서울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프로농구에 ‘1도1사’ 제도를 부활시켜 ‘언론에 의한 언론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역 언론의 이같은 처사는 지역 언론을 무시하고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말살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들의 행태는 또 최근 한국체육기자연맹이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취재 쿼터 배분에 있어 지역 언론사를 원천적으로 배제시켰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국내 프로스포츠의 서울 및 수도권 집중 현상이 큰 비판을받고 있다. 실제 프로야구의 경우 8개 팀 가운데 4개, 프로축구는 13개 팀 중 5개, 프로농구는 10개 팀에서 4개가 서울 및 수도권에 몰려있다. 일부 구단들은 틈만 나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연고를 이전할 태세다. 서울 언론들이 과도한 이기주의를 내세워 지역의 취재권마저 제한한다면 국내 프로스포츠의 수도권 집중을 더욱 부추기고 체육의 균형적 발전을 저해하게 될 우려가 크다.
이제라도 서울 언론사들은 오랫동안 지켜왔던 기득권을 포기하고 지역 언론의 투표권 확대를 받아들여야 하며 KBL도 서울 언론사들의 눈치만 보지 말고 합리적인 원칙에 근거, 투표권 재배분 원칙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