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한 언론계의 강도 높은 규탄과 정부의 신속한 조치가 미국무부의 유감표명을 끌어내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바그다드에서 미군에 의해 4시간 동안 억류됐다 풀려나 9일 귀국한 KBS 정창준 기자는 언론계의 대응과 미국무부의 해명으로 이라크 내 취재여건이 다소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현장에서 직접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게 불만이라는 심경을 드러냈다. 또 한국군의 파병문제 때문에 미국이 한국과의 정치관계를 의식한 것도 이 같은 유감표명의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달 만에 귀국해 다소 피곤한 모습을 보인 정 기자는 현지 사정을 고려할 때 안전을 위해 미군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욕을 하거나 수갑을 채우는 등의 범죄자 취급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폭발물을 소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미 경비대장과 수차례 안면이 있어 취재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마치 포로를 대하듯 강요했다”며 “안전을 위해 조사가 더 필요하다면 수갑이라도 풀어주고 양해를 구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라크의 상황에 대해 정 기자는 “미군에 대한 현지인들의 원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여건은 점점 악화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결정권을 가진 미군은 실제로 생계보장에 무관심해 약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정 기자는 “치안이 유지되지 않는 밤에 비해 낮에는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한 편이지만 현지인들에게든 언론인들에게든 불안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군의 검문검색에 의해 현지인들이 느끼고 있는 모멸감을 실제로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각계의 노력으로 일이 잘 마무리됐고, 추후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미군이 지속적으로 고려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