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앙에 이어 조선이 가세한 구독료 인하 조치가 8주째를 맞은 가운데 일선 판매지국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앙은 지국의 수입과 직접 연관되는 구독료 인하를 일선 판매지국장들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밝혀져 지국장들의 반발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더구나 중앙이 TV와 무료지 등을 통해 이번 조치가 자동이체와 상관없는 단순 구독료 인하처럼 보이도록 하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고 있어 타사 지국들까지 독자들의 구독료 인하 요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4천원이라는 큰 폭의 할인을 하며 중앙을 따라온 조선이나, 지국이 개별적으로 할인 판촉을 벌이고 있는 동아의 경우도 ‘구독료 인하 조치’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신문서비스 소속사를 비롯한 다른 신문사 지국들도 중앙과 조선의 조치를 ‘덤핑을 통해 신문시장을 독식하려는 횡포’로 규정하는 등 강도 높은 비난을 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앙일보
지난해 4월부터 구독료 인하 조치를 준비해 온 중앙은 10개월간 시뮬레이션까지 거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선 판매지국장들에게는 본격적인 캠페인을 하루 앞둔 1월 15일 처음으로 이 사실을 일방 통보했다.
본사가 구독료를 인하함에 따라 구독료를 받아 본사에 지대를 납부해야 하는 지국의 수입이 줄게됐지만, 지대는 변하지 않아 구독료 인하에 따른 손실을 개인사업자인 지국이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는 것.
중앙은 지국의 손실분 보전을 위해 지국에서 직접 자동이체 변경 신청을 받아오는 경우 1부당 2천원씩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지국을 통한 변경신청이 지국 관할구독자의 10% 이상인 경우에만 보상하고 있어 ‘눈가리고 아웅’식이라는 비난이 높다. 또 지국에 대한 보상조치를 이번 행사기간(2004년 1월 19일부터 4월 27일)이 끝난 뒤인 올 5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할 계획이지만 지국의 입장에서는 내년 이후에 발생할 차액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이 없어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조치가 자동이체를 통한 한시적인 할인 조치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단순 가격 인하처럼 보이게한 TV 광고도 판매지국에게는 커다란 부담이다. 지난 한달동안 진행된 TV 광고는 ‘요즘 같은 때 어깨 펴시라고 중앙이 국내 최초로 구독료를 낮췄습니다. 월 구독료 만원.’이라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를 단순 가격인하로 이해한 독자들이 자동이체를 하지 않고도 2천원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판매지국들의 주장이다. 강남의 한 중앙일보 지국장은 “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요구가 있으면 부담이 되더라도 2천원을 깎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중앙과 달리 사전준비 없이 급작스레 구독료 인하 경쟁에 뛰어든 조선의 판매지국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심하다. 조선지국들은 중앙과 같은 ‘불완전한’ 보완 대책마저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중구의 한 지국장은 “자동이체시 4천원 할인분이 그대로 지국의 수입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기존독자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자동이체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사 차원의 보상대책을 기대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답을 받지 못했다. 현재로선 사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한 지국장은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다”며 “특정사가 신문판매 시장을 어지럽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만 지난해 11월 구독료를 2천원 인상 했을 때도 본사가 지대를 올리지 않고 지국의 수입을 보전해 줬다는 점과 구독료 인상·인하시 형식적이나마 사전 협의를 거치고 있는 것을 위안거리로 삼고 있다.
동아일보
동아는 자사 판매지국에 구독자들이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자동이체를 실시하라는 최소한의 대응책만을 내놓고 있다. 구독자 이탈 방지를 위해 자동이체 실시 여부와 여기서 발생하는 손해의 책임을 지국의 판단에 맡긴 것이다.
한 동아일보 지국장은 “본사 납입금(지대)과 직원들 급료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동이체를 할 경우 실제 지대가 2천원 인상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기존독자를 상대로 한 별도의 홍보는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반적으로 신문구독자가 줄어들고 있어 지국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독료 할인을 일체 안하고 있다는 한 지국의 총무는 “하루에도 30건 안팎의 구독료 인하 관련 문의를 받고 있다”며 “자동이체 없이 깎아달라는 독자도 있지만 절독을 감수하고 할인해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타신문
경향 문화세계 한겨레 등 ㈜한국신문서비스 소속사들은 7일 성명을 발표, 조선 중앙의 구독료 인하 조치를 강도 높게 비난했지만 실제로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와 헤럴드경제 등 5개 신문을 배달하고 있는 한 지국의 경리과장은 “타 신문들이 가격인하한 것과 같은 수준의 인하를 요구하는 독자가 늘고 있다”면서 “독자들의 요구에 맞춰 구독료를 무작정 깎아줄 수만도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또 “구독료 인하경쟁 이전에 비해 절독률이 5%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의 한 지국장도 “평소 월50부 안팎이던 절독률이 400부 가량으로 급증했다”며 “구독자들의 가격인하 요구를 2개월 무료구독 조치로 무마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과 매일경제 등 특정 독자층을 갖고 있는 신문들은 아직 직접적인 피해가 덜한 상태다. 여의도에서 국민일보 지국을 운영하는 한 지국장은 “관련 문의는 받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인하를 요구하는 독자는 거의 없는 편이다”며 “교인들이 주독자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매경의 한 지국장도 “타사의 구독료 할인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경제지의 특성상 일반신문과 내용이 차별화 돼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