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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사장 친정체제 구축

조선일보 인사배경과 의미

김신용 기자  2004.03.10 11: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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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사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조선노보’에서 매호마다 편집국내부의 경직성과 폐쇄성 등을 질타하는 중견기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인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한마디로 눈앞의 총선보다는 총선이후 편집국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었다는 점이다. 방상훈 사장이 84주년 기념식에서 ‘시끌벅적한 신문사’와 ‘선후배간 수평적 문화’를 강조한 것도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타사 출신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조선일보는 5일 회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편집국장과 경영기획실장을 물갈이 했다. 이 두 자리 모두 공채출신이 아닌 외부출신 인사가 중용됐다. 국장급이 맡아오던 경영기획실장을 차장급이 맡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먼저 서울신문 출신인 이상철 경영기획실장이 편집국장에 임명됐다. 최병렬 전 편집국장(현 한나라당 대표)이후 20년만에 첫 ‘외인부대’인 셈이다. 마당발로 알려진 그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친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태우 정권 때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 연을 맺기도 했다. 현 박정규 청와대 민정수석과도 부산고 동기동창이다. 이는 청와대의 ‘부산인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파’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보수 강경주의자인 이 국장이 여·야 모두를 아우르고 청와대와 물꼬를 틀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평소 ‘한 줄의 뉴스에도 미세한 행간을 읽는다’는 그의 기자적 감각에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또 세계일보 출신인 박정훈 경제부 차장이 파격적으로 경영기획실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반면 공채출신인 권문한 경영기획실 부장은 편집국 부장(무임소)으로 전근됐다.

80학번인 박정훈 실장은 경영기획실 이한우 기자(전 논설위원)와 동년배로, 두 사람은 기획실의 동력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이번 인사로 방상훈 사장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고 볼 수 있다. 강천석 논설주간, 이상철 편집국장, 송희영 부국장(국장대우)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갖춰진데다, 경영기획실은 방 사장의 뜻을 가장 잘 아는 40대 중견기자로 진용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조선내부에서 일고 있는 개혁과 변화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총선이후 40대가 전면에 나서는 세대교체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정부와의 관계개선 여부도 궁금한 대목이다.

김신용 기자 trustki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