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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대 '신흥명문' 자리매김

[중국 연변과기대 연수기 ]김도연 문화일보 전국부 기자

연수기  2004.03.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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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가 아니예요. 꽃이 핍디다.’

지난해 2월27일 한국기자협회의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이하 과기대) 1기 연수기자로 선발되어 첫발을 디딘 옌지(延吉) 땅은 안병렬 교수(전 안동대 학장)가 연변에 머물며 연변에 대한 단상을 담아낸 책 <동토가 아니예요 꽃이 핍디다> 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얼어 붙은 동토가 아닌 봄이면 진달래가 만발하며 훈훈한 인정 또한 넘치는 도시였다.

연변하면 한겨울 영하 30도를 밑도는 혹독한 추위나 한때 TV의 코미디 소재가 된 조선족의 ‘우스운 말투’를 연상하기 십상이지만, 기자가 1년 가까이 체류했던 옌지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호흡을 같이 하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도시였다.

한국기자로서는 처음으로 5명이 집단으로 행한 이번 연수에서 특히, 중국으로의 기자 연수라면 베이징이나 상하이 정도는 가야 좀 ‘체면’이 서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소도시인 옌지의 과기대 연수는 처음부터 분명 그다지 ‘폼 나는’ 연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학원 시절 전공이 중국현대문학으로 평소 중국과 조선족 사회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중국 옌지로의 연수가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의 생활 보다 몇 가지 측면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옌지는 지리적으로 북한과 매우 인접해 있다. 옌지에서 버스로 40여분 거리인 투먼은 바로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을 눈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또 과기대에는 북한에서 발행된 자료가 적잖게 있으며, 북한 교육 관계자들이 벤치마킹 차원에서 방문하기도 한다. 옌지 시내에는 또 북한에서 투자한 호텔과 식당 등이 있어서 북한을 가보지 않고 북한을 느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중국 내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또 옌지는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도로서 정치, 문화의 중심지이자 과거 독립군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옌지 인근의 룽징(龍井)만 해도 윤동주 선생을 비롯, 우리 조상의 체취를 흠뻑 맡을 수 있는 곳이다. 중국 조선족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역시 중국 전문기자를 꿈꾸는 필자에게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이해의 대상이었음에 이번 연수에서 조선족 사회를 이해하고 돌아 온 것은 적지 않은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화제를 바꿔 과기대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먼저 참으로 경이로운 대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 최초의 중외 합작대학인 과기대는 재미교포인김진경 총장이 한중 수교가 이뤄진 해인 지난 92년 설립한 대학으로 개교 첫해 불과 수 십 명의 학생으로 출발해, 이제 갓 10년을 넘긴 현재 1천2백여명의 학생과 전세계 13개국에서 모인 300여 교수들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대학이다. 설립 당시의 척박한 환경을 딛고 10여 년 만에 취업률 100%를 자랑하며 지린성의 신흥 명문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과기대를 두고 주변에선 ‘하나의 기적’이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옌지의 과기대 연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여행을 통한 견문 넓히기. 필자는 중국의 국경절(10월1일)연휴 땐 과기대 교수들과 함께 퉁화를 거쳐 고구려 첫 번째 수도인 랴오닝성 환런(桓仁)의 오녀산성을 둘러 본 감격이 가슴 속 깊이 남아있다. 수직으로 100m가 넘는 산 위에 자리잡은 오녀산성은 천연 요새지로 당시 고구려인의 기개가 절로 느껴지는 곳이었다. 이밖에 연변 조선족의 정신적 지주인 고(故) 정판룡 선생의 애제자인 작가 유연산 선생 등 조선족 문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조선족 사회와 중국에 대한 이해를 넓힌 것도 잊을 수 없다.

해외 연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본인의 연수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이긴 하지만 보다 세밀한 프로그램 마련 등의 작업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로 지적하고 싶다. 끝으로 과기대의 김진경 총장과 한국기자협회의 이상기 회장 그리고 지면 사정상 일일이 거명할 수 없지만 연수기간 내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은 과기대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연수기를 갈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