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자살의 증가를 막기위해 자살 사건에 대한 보도 준칙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가 한국자살예방협회(회장 이홍식)와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한국외국어대 허태균 교수(심리학)는 발제를 통해 “유명인사의 자살은 그렇지 않은 사건에 대한 보도보다 14.3배나 더 후속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자살보도에 대한 준칙을 실시한 여러 나라에서 후속 모방자살의 빈도를 낮추는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면서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살이라는 단어와 자살 원인을 기사의 제목으로 쓰지 않을 것 △자살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을 것 △구체적인 자살 방법에 대한 언급을 피할 것 △자살 원인을 구체적 조사없이 단정적으로 하나만 명시하는 것을 피할 것 등의 보도준칙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KBS 이충헌 의학전문기자는 “선진언론에서는 자살사건을 공공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그것도 유족의 입장에서 동정적으로 보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 언론이 자살을 시청률 확보나 상업적 의도로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전우택 교수(의학) 역시 “자살의 잠재적 위험군에 속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살 관련) 기사를 통하여 분명히 자극을 받는다”며 “자살을 마치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불가피하고 극적인 최종해결책인 것처럼 미화하는 보도태도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자살 예방법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정토론자로 나온 한겨레 김동훈 기자(사회부)는 직접 작성했던 기사를 예로 들며 “공공의 이익이나 사회적 영향이 없는 단순자살 사건은 보도하지 말고 보도가 꼭 필요한 사건도 구체적인 자살 방법 등은 보도하지 않기로 하는 등 가이드 라인을 정해 기자들간 협약을 맺는다면 자살보도 관련기사의 질이 훨씬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가 끝난 뒤 김수환 추기경과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 강지원 전 청소년보호위원장 등 각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참여한 ‘범국민생명존중운동본부’가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