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표와 당직자들이 지난 14, 15일 연이어 KBS, MBC를 항의 방문했다. 동아, 조선일보도 ‘양 방송사가 편파방송을 하고 있다’며 사설과 기사를 통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단체와 두 방송사 기협지회·노조는 이를 “총선용 방송탄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방송 뉴스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KBS, MBC 보도국장을 각각 만나 탄핵정국과 양 보수신문에 대한 입장, 총선보도 원칙 등을 들었다. 두 국장은 “탄핵관련 방송보도는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100% 공정한 보도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 동아일보에 대해서는 “시대의 흐름과 국민여론을 역행하는 방송비판”이라며 “만약 자기반성이 없이 방송에 대한 비판성보도를 지속한다면 두 신문의 영향력은 쇠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 이정봉 국장“수십만 촛불시위 자체가 뉴스”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표와 당직자들이 ‘탄핵보도 편파성’을 이유로 두 차례 항의방문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기분이 안 좋다. 야당은 얼마든지 회사 경영진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보도국장을 만나는 것은 안 된다. 그 자체가 압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파성 운운하는데 우리같이 공정하게 보도하는 방송사는 없다. 우리 회사 자문변호사가 14명이다. 이들이 방송 하나하나를 꼼꼼히 점검한다. 우리가 언론중재위원회에 단 한건도 올라가지 않은 것만 보아도 알지 않는가? 심지어 당기(黨旗)의 크기도 자로 재서 내보낼 정도이다. 그런데 불공정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론분열과 함께 언론도 극명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최근 며칠 동안 조선, 동아일보 등은 ‘방송사의 편파성’을 비판했는데.
신문들이 상당히 의도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조선과 동아는 역사와 전통도 있고 일제부터 있던 신문사가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두 신문들이 방송을 의도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결국은 자신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신문 한 줄 한 줄을 정확하고, 시대소명의식을 갖고 다뤄야지 감정이 섞인 보도를 하면 되겠는가?
만약 두 신문들이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자기들만의 논리로 방송을 비판한다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영향력감소와 쇠락은 두말할 것도 없다.
-조선, 동아는 지난 13일부터 사설과 기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방송사의탄핵안 보도가 편파적이었다며 방송위원회의 제재를 촉구했다. 방송위는 24일 ‘편파성 여부’에 대한 검토를 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못 마땅하다. 확신하건대 탄핵소추안 가결이후 단 한번도 편파보도를 한 적이 없다. 철저히 중립적 잣대로 해왔다. 탄핵 당일 2시간30분 동안 뉴스보도를 했는데 이것이 편파성이라니 말이 되는가? 편파성이 있으면 증거를 갖고 법적절차를 밟으면 될 것이다. 우리도 신문들의 보도가 너무 지나치다 싶으면 법적대응을 강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방송위에서도 편파보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
-대통령탄핵 이후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촛불시위를 어떻게 보는가.
수만, 수십만이 모인 촛불시위 자체는 뉴스다. 당연히 보도해야 한다. 서울서 일어나고 광주, 부산 등에서도 일어나는데 보도하지 않는 것 자체가 편파방송이다. 기자는 뉴스가 있으면 보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봐라. 87년 ‘6월 항쟁’이후 최대 군중들이 모였는데 이것을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도 뉴스 가치가 있으면 있는 그대로 보도할 것이다.
-4월 15일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같다. 어떻게 보도해 나갈 생각인가.
사실 총선은 누가, 어느 당 의원이 당선되느냐가 국민적 관심사이다. KBS는 미디어리서치와 함께 총선 당일까지 여론조사를 벌이면서 그 결과를 보도해 나갈 것이다. 또한 뉴스가 된다고 판단되는 지역구 후보들에 대해서는 더 관심을 갖고 보도할 것이다. 물론 후보자별 정책대결보도도 빼놓을 수 없다. 뉴스가치상 3당위주로 하게 되겠지만 가급적 민주노동당과 자민련도 공정하게 보도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KBS 보도국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장점은 기자들이 취재한 뉴스는 거의 다룬다는 것이다. 이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자들의 취재역량이 뛰어나고 상·하, 좌·우간 의사소통이 활발한 것도 자랑거리다. 궁극적으로는 제작과 취재를 분리, 방송을 잘 하는 사람은 마이크를 잡고, 기사를 잘 쓰면 기사만 쓰게 하는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것이다. 이는 인력이 충원되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방송사가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관료화돼 있다. 무슨 일을 하려면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이는 감사원 감사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지만 시급을 다투는 보도국에서는 융통성을 줘야 한다는생각이다.
김신용 기자 trustkim@journalist.or.kr
MBC 강성주 국장“야당, 말도 안되는 요구 그만해야”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일부 신문과 방송 간에 ‘편가르기’가 나타나고 있는데.
언론사마다 탄핵을 바라보는 눈이 다른 것 같다. 포괄적으로 말해 탄핵 의결이 법 테두리 내에서 절차상 하자 없이 이뤄졌다고 볼 수도 있는데 반해, 규정은 있지만 정당성에 있어서 지극히 말도 안된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KBS, MBC 등을 항의방문 했고 동아,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 역시 연일 방송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있다.
야당은 신문이 자신들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직접적인 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방송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문제를 일으켜놓고 돌이켜보니 두려운 심정인 거다. 하지만 보수신문 역시 인터넷 매체 등에 의해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물리적인 저항이 없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신문이 방송을 비판하는 것은 선진국의 예에 비춰 봐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최근 신문의 비판은 정도가 심하다. 합당하게 비판하면 받아들이겠는데 이번 경우처럼 무리하게 비난하고 나서면 인정할 수 없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최근 방송보도를 편파적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극히 드물지 않나.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내용의 지난 18일 MBC 논평이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어떻게 나온 것인가.
논평은 보도부문 전체의 입장이자 회사의 입장이다. 해설위원 및 국장급 논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하려고 애쓰는데 일부 신문과 야당이 계속 못살게 굴어서 강력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방송보도에 대한 일부 신문과 야당의 비난이나, 말도 안되는 요구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다소 강한 논평을 통해 원칙을 표명하고, 흔들리지 않고 가겠다는 의지 정도로 이해해 달라. 신문이나 야당의 비판은 더 이상 고려대상이 아니다. 신경 안쓴다.
-탄핵보도에 대한 보도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가는 건 아니다. 해설위원들 빼고는 입장 표명을 극히 자제하고 공정하고 드라이하게 보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별 보도는 여기에 충실했으나 뉴스 전체를 묶어서 볼 때 일부 치우쳤다는 결과가 나올 수는 있다. 전체적인 보도에 있어서 탄핵반대 목소리에 비중이 더 실린 건 사실이다.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보다는 여론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다. 언론은 사회에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지 않나. 실제로 당시 탄핵을 지지한 입장은 극히 보기 힘들었다. 언론은 의도하지 않아도 여론에 가깝게 간다. 기계적 균형을 억지로 맞출 수 없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양적 균형을 맞춘다면, 그거야말로 여론 왜곡이고 여론을 뒤집는 일이다. 오히려 더 의도적이라는 얘기다.
-방송위원회가 탄핵 관련 방송보도에 대해 심의를 검토하기로 했는데.
방송위에는 심의를 위한 적법한 절차가 있기 때문에 탄핵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충분히 심의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심의를 결정하는 과정에 야당이나 일부 신문의 요구가 반영됐다면 유감이다. 신문과 야당은 방송의 시스템과 성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방송과 관련한 신문과 야당의 요구가 터무니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위가 이번 방송보도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MBC의 총선보도 방침에 대해 말해 달라.
특별히 역점을 두는 부분은 없다. 매 사안마다 선거보도준칙에 맞춰서 간다. 하지만 탄핵과 맞물려지면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MBC의 경우 공정방송에 대한 훈련도 잘돼있는 편이고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매일 2명씩 돌아가면서 총선 관련 보도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현재 민주노동당 고정 출입기자도 두고 있고, 소수정당에 대한 10% 할당제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