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환 전 매일경제 사장이 신임 국무총리 서리에 임명되면서 장 총리서리의 언론관, 언론사 경영 방침, 인물평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직 언론사 대표가 총리 서리에 발탁된 배경과 관련 현 정부와의 관계도 초미의 관심사다.
장 총리서리는 매경의 급격한 성장을 이끌어낸 주인공으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일찌감치 평가받아 왔다. 매경 성장원인의 기반으로 손꼽히는 기업친화적인 태도와 사업 마인드 강조 등은 언론계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구속되는 재벌 총수나 기업인의 사진을 되도록 쓰지 않는 편집방침은 신문의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는게 아니냐는 지적을 사왔고 직원들에게 강조한 사업마인드 역시 기자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친재벌 성향 및 보도=매경은 기업인 혐의 관련 보도에서 구속 사진을 대체로 1면에 쓰지 않고 혐의가 입증되기 전까지 신중하게 보도한다는 편집방침을 갖고 있다. 이같은 편집 방침에 장 총리서리의 입김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은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짙다.
이에 대해 매경측은 장 총리서리가 그동안 편집권을 간섭한 일이 없으며 기업인 구속 사진을 잘 쓰지 않는 것은 혐의가 확정되기 전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보도하려는 차원일 뿐 친재벌적 성향에 근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매일경제 편집국 한 간부는 “타 신문보다 시장경제를 추종하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기업인 혐의 보도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장 전 사장의 친재벌 성향이라기 보다는 시장경제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매경은 기업육성이란 창간 사시 아래 중소기업부를 최초로 신설하는 등 중소기업 육성에도 큰 관심을 쏟아왔다. 기업육성, 기업친화적, 시장경제 보호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사업마인드 강조=장 총리서리는 88년 매일경제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각종 간부회의 석상과 신년사 등을 통해 전 직원의 비지니스 마인드를 강조해왔다. ‘적자를 내는 기업은 기업이 아니다’라는 원칙 아래 모든 사원이 회사의 수익구조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이다. 실제 매경은 각종 단체와 기업 행사를 후원하거나 직접 기획해 주최하는 행사 관련 사고를 매일 1∼2건씩 싣고 있다. 한해에 300여건씩 공익적 취지의 각종 행사를후원·주최함으로써다양한 잠재 독자층을 공략, 장기적으로 판매 신장에 기여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사업 마인드의 지나친 강조가 기자 본연의 의무를 소홀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매경 기자들이 윤태식 게이트에 대거 연루된 것도 지나치게 사업 마인드를 강조해 온 탓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매경 한 기자는 “사회 공기인 신문사가 공익적인 사업을 후원하고, 자체적으로 행사를 기획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사업 진행에 시간을 뺏겨 취재 업무가 소홀해지고 업무가 가중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현 정부와의 관계=장 총리서리는 김대중 대통령,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과는 개인적 친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계에선 발이 넓지만 유독 정치권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부장을 지낸 매경 편집국 한 간부는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 때 초청한 정치인들이나 부처에 임명돼 언론사로 인사차 오는 정치인을 만나는 것 빼고는 장 전 사장이 정치인들을 따로 만나는 걸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부친 장지량씨와 장인이자 매경 창업주인 고 정진기씨가 호남 출신이지만 장 총리서리 본인은 서울 출생이고 정치적 사안에는 비판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는게 내부의 평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김 대통령이 장 사장을 총리서리로 발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99년 매경이 주최한 비전코리아 3차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이 당시 발표된 두뇌강국 보고서와 신지식인 보고서를 높게 평가하면서 그때부터 장 총리서리를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일경제 편집국 한 간부는 “이번 총리서리 임명 전에도 정치권에서 간접적으로 장 사장에게 제안이 있었으나 본인이 계속 고사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는 김 대통령이 직접 전화까지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수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장 사장이 정치적 색깔을 띤 인물이었다면 발탁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장 총리서리가 지난 97년 비상경제대책자문위원회 위원과 98년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점에 비춰 현 정부 인사들과도 일정한 관계를 맺어왔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