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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서갑숙 에세이집 심층 리뷰

격론 끝 '성담론 공개논의 필요', 편집국장에게 보고하고 인터뷰와 함께 머릿기사 처리

김재목  2000.11.07 1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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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목문화일보 문화부기자



한국간행물윤리위는 지난 26일 심의위원회를 열어 자신의 성체험을 적나라하게 담은 탤런트 서갑숙(38)씨의 에세이집을 청소년유해간행물로 판정했고, 그 이튿날 검찰은 ‘음란성이 없다’며 내사종결 조치했다. 출판사측은 윤리위의 결정을 존중, ‘19세 미만 구독불가’ 표시와 ‘비닐 포장’ 등 판정에 따른 의무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서씨의 책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J-pub刊)를 둘러싼 법적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서씨의 책을 둘러싼 담론은 계속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서씨의 책이 제기하는 성담론의 공개적 논의의 사회·문화적 필요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문화일보가 서씨의 책을 비켜가지 않고 ‘정면 리뷰’(10월 20일자 15면)하고 그 파문에 지속적 관심을 가졌던 것도 이런 맥락에 자리한다.



하지만 문화일보의 본격 리뷰가 나오기까지는 적잖은 내부 논의와 토론이 있었다. 당초 문화일보 ‘북리뷰팀’은 서씨의 책을 1차 검토한 뒤 리뷰 대상 신간으로 선택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거듭했다.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 지금까지 우리 사회 ‘성담론의 수용 수준’을 시험(?) 하다가 결국에는 사법적 단죄를 받았던 여러 저작의 연장선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저자와 출판사가 겨냥했을 수도 있는 ‘상업주의’에 부채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성문제의 보수적 도적적 통념과 분위기를 타파하려 한다’는 저자의 ‘용기’를 평가하고, 차제에 성담론의 공개적 논의에 불을 당길 필요가 있다는 견해들이 우세했다. 20세기 말에 들어오면서 더욱 활발해지는 세계적 성담론의 추세를 우리 사회가 수용할 때가 됐으며, 우리사회의 독자 수준이 책의 노골적 섹스 묘사를 소화할 정도는 충분히 된다는 판단도 제시됐다.



북리뷰팀은 이에 따라 문화부장에게 ‘정면으로 리뷰하자’는 의견을 올렸고, 부장은 흔쾌히 이를 수용했다. 기사가 지니는 사회 문화적 ‘인화성(因火性)’을 감안, 부장은 즉각 편집국장에게 보고했고, 그런 연후에야 ‘주요기사로 처리한다’는 최종 방침이 내려졌다.



10월 20일 서씨의 책 ‘나도 때론…’이 서씨에 대한 인터뷰 기사와 함께 문화일보 북리뷰의 톱기사로 보도된 뒤파문은확대일로로 치달았다. MBC 등 방송이 주요시간대에 보도하는가 하면, 주간지 월간지들이 일제히 취재전선으로 달려 들었다. 책은 단순히 언론의 관심권에 머물지 않았다. KBS는 22일 저자인 서씨에 대해 출연중이던 주말단막극 ‘학교Ⅱ’’에서 전격 제명했고, 한국간행물 윤리위의 유해성 심사 및 검찰의 내사 방침도 흘러 나왔다.



문화일보는 이같은 사실들을 확인, 23일자 지방판의 사회면 기사로 처리한 뒤 이튿날 23일 시내판에 ‘성담론인가, 포르노인가’라는 제목으로 서씨 책 파문을 3면 톱기사로 보도, 공론화를 거듭 시도했다. 이어 월요일인 25일에는 책에 대한 검찰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하는 기사를 사회면 톱으로 내보냈고, 27일에는 지난 7월 자신의 성체험을 노골적으로 다뤘으나 아무런 법적 재단을 받지 않은 문화평론가 김지룡(35) 씨의 책 ‘나는 솔직하게 살고 싶다’와 서씨의 책을 비교 분석, 논의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