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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주권행사 도움되길"

차정인 기자  2004.03.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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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총선정국 여론향배 관심 집중

여론조사전문기자들 눈코 뜰새 없어

‘조사 조작설’ 직업인으로 분노 느껴





탄핵정국을 배경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총선에서는 어느 때보다 여론조사 빈도가 잦아지고 그 영향력도 확대됐다. 선거철이 되면 통상 정치부 사회부 기자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들 못지않은 이들이 바로 여론조사담당기자들이다.

현재 여론조사담당 전문기자를 두고 있는 곳은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등 4개 신문사. 동아일보 나선미 여론조사전문위원, 조선일보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중앙일보 신창운 여론조사전문위원, 한겨레신문 이화주 여론조사담당기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언론사 입사 전에는 여론조사전문기관이나 기업체 경영연구소 등에서 전문 조사를 담당해 왔다. 이들이 가지는 이번 선거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조선 홍 기자는 “탄핵정국에 여론이 격분하고 있다”면서 “탄핵안 가결 전과 후의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두배나 급증했는데 이런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이고 외국에서도 사례가 드물다”며 “개인적으로 탄핵정국과 총선을 맞아 입사 후 가장 바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이 기자도 “탄핵정국으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갑자기 상승했는데 이것이 당지지도와 일치하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며 “유권자들이 어떤 생각과 요인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선거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여론조사전문기자들은 대부분 선거철 편집회의에 같이 참여해 조사 및 기사작성을 담당하고 있다. 평상시는 정치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한 조사도 실시하고 회사내 마케팅 조사도 병행한다. 중앙 신 위원은 “편집인들과 회의를 하더라도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이 일반 국민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음을 생각한다”며 “조사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 나 위원은 “선거철이 아닌 때는 회사 내 설문조사도 하고 마케팅 관련 독자 만족도 조사 등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팀 보유 여부는 각 사마다 차이가 있다. 동아, 조선, 한겨레 등은 여론조사담당기자를 중심으로 외부 전문조사기관과 함께 조사를 실시한다. 반면 중앙은 자체 여론조사팀을 보유하고 있어 대부분의 조사는 내부에서 해결하고 있다.그러나 조사팀 보유와 관계없이 질문 문항 작성이나 진행 상황 등은 철저하게 기자 책임 하에 두고 있다.

여론조사기자들은 최근 특정 정당이 여론조사 조작설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 굉장히 답답해 했다. 동아 나 위원은 “뉴스를 보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불충분한 근거로 말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더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겨레 이 기자는 “민주당이 여론조작설에 대해 말했을 때 직업인으로서 화가 났다”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여론조사가 그것도 9개사의 조사결과가 비슷하게 나왔는데 어떻게 조작이 될 수 있냐”며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조선 홍 기자는 사견임을 전제, “선거기간 동안 여론조사 보도금지 관련 제한사항이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 신 위원은 “조사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악용하는 사례들이 있다”면서 “여론조사를 완벽한 사실인양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담당 기자로서의 보람과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4명 모두 이견이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로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이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보람이고 그렇지 못할 때가 애로사항입니다.”

차정인 기자 pressch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