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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기자상 심사평]'전씨일가 비자금' 끈질긴 추적 돋보여

여느 때보다 우수 후보작 많아 경쟁 치열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2004.03.31 15: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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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원 문화일보 논설위원





상을 받는 것은 기쁜 일이다. 사람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보람을 느낀다. 여기에 상까지 받는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상을 주는 것은 그래서 더욱 즐거운 일이다. 작품 내용에 깊이 공감하며 그 노고에 보답하는 것이야말로 가슴 뿌듯한 노릇이다.

제 162회 ‘이달의 기자상’에서는 더 많은 상을 주지 못해 아쉬웠다. 평소와 비슷한 편수의 작품들이 나왔으나 그 수준이 알찼다는 얘기다. 그래서 떨어진 작품들에 관해서도 많은 얘기들이 오갔다. 발품 돋보인 기사가 제외되는가 하면 한우물 파는 열심 기자들의 작품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달에는 모두 7개 부문에 43편이 출품됐고, 20편이 1차심사를 통과했다. 이중 수상작은 7편이었다.

2차심사의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불법 정치자금 관련이 2개, 기타 작품 2개가 경쟁을 벌였다. 불법 정치자금에 관해서는 그 취재가 일정부분 검찰과 취재진간의 담합관행 속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특종의 질을 두고 심사위원들간에 토론이 벌어졌다. 결국 유출(leakout)에 의한 특종 역시 의미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지만 이 분야의 수상작은 나오지 않았다.

기타 작품 중 연합뉴스의 ‘국립묘지 죽어서도 계급차별’이 선정됐다. 이 작품은 아무런 사전설명도 없이 입법 예고된 국립묘지령의 문제점을 추적, 장군묘역의 봉분허용 등 지나친 특혜를 파헤쳐 여론화시켰다. 취재기자의 세심한 주의가 없었다면 영원히 묻힐 내용이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기획보도 부문은 특히 돋보였다. 5개 경쟁작중에 수상작이 3개나 나왔다. MBC기획 ‘전씨일가의 비자금을 찾아라’는 끈질긴 프로적 취재력과 함께 사태의 구조적 문제를 입체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그만큼 반향도 매우 컸다는 후문이다.

한국경제의 ‘신용불량자 4백만 이제는 신용이다’는 다각적 분석을 통해 대안을 제시, 단행본으로 묶어도 손색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협찬에 따른 윤리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헤럴드경제의 ‘해외 큰손, 그 베일을 벗긴다’는 현지취재 등 스케일 있고 시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장래에도 의미 있는 기획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취재 부문의 경우, 바닷모래 채취에서 오는 여러 가지 환경파괴와 어자원 고갈의 문제점등을 종합적으로 접근한 인천일보의 ‘바닷모래 해법, 정부가 나서라’가 선정됐다. 지역기획부문에서는 무등일보의 ‘광주 전남 문화재 현주소, 보존 이대로 좋은가’와 대구 MBC의 ‘지하철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무등일보는 지역문화 유산보호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제기와 유산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요건들을 적절히 소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MBC는 대구 지하철 사고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현황을 추적, 그 충격적 비극성을 부각시켰다. 대구 지하철 사고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 수작이었다.

탈락된 작품들에 대한 격려가 적지 않았다. ‘박근혜, 이회창, 노무현측 불법자금 유입’(CBS), ‘잊혀져 가는 독립유공자들’(경향신문), ‘생명수의 진실’(부산MBC), ‘지역문화축제 이대로는 안된다’(전북도민일보)등은 좋은 평가에도 득표에 미달했다. ‘불법적 기업인수와 머니게임’(서울경제)등은 수상 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