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최근 터부시했던 진보진영 사람들의 동정이나 책을 소개하고 있다. 보수신문에서 진보적 인사들의 소식을 전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는 아니지만 조선의 진보진영에 대한 지면할애는 강력한 내부개혁 드라이브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선은 지난달 20일 주말판 ‘Books’에서 진보진영의 인터넷논객인 진중권씨가 쓴 ‘미학오디세이’를 표지그림과 함께 두개 면에 걸쳐 할애했다. 서평이 아닌 책 소개 형식에 가깝지만 조선으로서는 파격에 가까운 면 배정이다. 또한 사노맹(남한사회주의 노동자동맹)사건으로 복역한 뒤 캐나다에서 대학교수로 활동 중인 백태웅씨가 국내 로펌에서 해외자문 변호사로 영입됐다는 소식을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조선은 또 1988년 5공 청문회 이후 당시 조선 사주를 집중 공격(?)했던 박석무 전 국회의원의 동정기사를 게재하지 않았지만 지난 24일자에 5·18기념문화재단 이사장에 박석무씨가 선임됐다는 소식을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사진과 함께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최근 방상훈사장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또 조선기자가 노보를 통해 우익논객인 월간조선 조갑제 사장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조선 내부에서는 ‘열린 보수’ 또는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이념 스펙트럼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기사가치가 있는 것은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돼 왔다. 또한 건강한 보수신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편집국의 수직간, 수평간 역동성을 먼저 되찾아야 한다’는 점도 지적돼 왔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진보진영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낸 것은 조선내부의 자신감 표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너무 편향적 이념으로 갈 경우 변화와 개혁의 흐름을 간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조선의 개혁드라이브는 편집국 세대교체부터 시작되고 있다”며 “총선이후 이 같은 움직임은 더 구체화될 것이며 조선의 건강성은 ‘열린 보수’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