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문의 날’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인 독립신문의 창간을 기념하여 1957년 4월 7일 제정한 이 날은 올해로 48회를 맞는다. 이 기념일이 불혹의 나이를 뛰어넘어 지천명을 향해 달려가건만, 우리 기자들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솔직하게 말하면 우울하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언론환경 속에서 신문사의 경영사정이 해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지는 말할 것도 없고 중앙지들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서울 소재 모 일간지는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돼 채권단에서 부장단과 사원들을 대상으로 연봉 삭감 등을 포함한 회사 살리기 설명회를 가졌을 정도다. 수도권 소재 모 일간지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 기자출신이 아닌 사주의 딸을 편집국장에 임명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신문들이 먹고살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특단의 대책이 없이 이대로 가다간 문을 닫는 신문사가 속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신문의 위기’란 말이 보통명사가 돼버린 현실 속에서 신문사들에겐 정론직필보다 생존이 최대목표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사정이 좋지 않은 신문들은 전문경영인을 사장으로 모시는 일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광고를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해 광고국직원 뿐만 아니라 암암리에 편집국 기자들도 동원하고 있다. 생존이란 미명아래 상업성을 추구하다 보니 광고주의 눈치를 보게되고 개인의 명예훼손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기자정신이 곰팡내 나는 뒷방으로 밀려나는 시대, 기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해외연수를 통해 미래의 대비책을 강구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렇게 신문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나빠진 이유는 뭘까. 어떤 이는 사양산업이라는 태생적인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이는 경기침체에 따른 광고물량의 감소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요인은 신문산업에 종사하는 기자들이 급변하는 언론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독자의 눈높이는 높아만 가는데 기자의 눈높이는 여전히 옛날 그대로라는 것이다. 시대의 패러다임을 제대로 못 읽었다는 얘기다. ‘한국저널리즘 관행 연구’란 책을 쓴 이재경 이화여대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 기자들이 ‘관행’에 따라 신문을 만든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신문 1면 기사의 취재원은 미국 신문의17.5%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나라 기자가 문제를 자기만의 눈으로 보고 기사화 함으로써 독자의 인식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한다. 특종에 집착해 취재가 충분하지 않거나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사화해 오보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기자들이 이런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문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는 옛말이 있다. 지금부터 기자들은 기자정신의 본령으로 돌아가야 한다. 권력과의 부당한 유착관계를 끊고 비판을 위한 비판을 지양하며 잘못된 보도는 과감히 시정해야 한다. 언론끼리 서로 으르렁대기보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독자에게 떳떳하고 역사 앞에 당당해지는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
“때로는 시대에 맞서며, 때로는 시대와 함께 호흡하면서 시대정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 기자들이다” 라는 어느 언론인의 말을 가슴깊이 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