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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홍 회장의 '한겨레論'

김신용 기자  2004.04.07 1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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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세계신문협회 회장에 연임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경우처럼 홍 회장의 인터뷰도 그 자체가 뉴스였다. 경쟁사와 청와대 등에서 취재기자를 인터뷰(?)했을 정도로 관심을 나타냈다. 홍 회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 만큼 무게감이 있었다.

홍 회장은 세계 유수신문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꿰고 있었다. 신문구독률에서부터 신문판매체계, 미래신문의 가치 등 신문시장에 대한 지형을 ‘한 폭의 정물화’를 그리듯이 자세히 그려 나갔다.

홍 회장은 위축되고 있는 국내신문시장을 오히려 낙관했다. 그는 “신문이 잘돼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며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신문유통구조 혁신과 신문활용교육(NIE)이 그것. 그는 두 가지 모두 여력이 있는 신문사만 해서는 안 된다고 설파했다. 즉 모든 신문들이 함께 고민하고 전사적으로 추진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회 있을 때마다 나온 이야기인데다 신문들의 ‘윈윈전략’ 차원에서 말한 것이어서 신빙성을 높여주었다. 다른 신문들도 한 번쯤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그는 한겨레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한 듯 ‘애정 있는 조언’을 쏟아냈다. 진보적인 정권을 두 번이나 태동시키는데 일조를 한 한겨레가 국민주를 다시 모아 ‘제2의 창간’을 하면 ‘1등 신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홍 회장은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했다. 특히 국민주를 모을 때 일반국민만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스페인의 진보적인 신문 엘빠이스(EL PAIS)처럼 재계, 다른 나라 진보신문 등에서도 일정지분을 참여시키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 편집인을 직선제로 뽑지 말라고 권유했다. 유능한 CFO(최고재무관리자)도 영입하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출신 한 중견기자는 “어떻게 생각하면 경영간섭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지금 한겨레가 처한 현실을 볼 때 깊이 되새겨 볼만한 대목이다”고 홍 회장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이런 점에서 홍 회장의 말은 진보, 보수신문 모두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다.

“한겨레가 잘돼야 보수신문도 잘됩니다. 한겨레가 전체 신문시장 중 25%정도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합니다.”